신용채권, '유동성 힘' 한계 다다랐나?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1.16 09:46

CP·CD금리 하락속 은행·회사채 오히려 상승

펀더멘털 개선 없이 돈으로 금리 내린 탓

정부와 통화당국의 인위적인 신용물 금리 떨어뜨리기가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채권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신용 경색을 완화하려고 돈을 풀어 단기 신용물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은행과 기업의 신용과 직결되는 회사채 금리는 되레 오르고 있어 정책 효과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CP·CD금리 연일 최저치 경신…은행·회사채는 요지부동

전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전날에 비해 0.04%포인트 하락한 2.98%, 기업어음(CP) 금리는 0.17%포인트 내린 5.00%에 마감했다. CD는 첫 2%대 금리 시대를 열었고, CP는 정확히 2년만에 최저 수준.

하지만 CD·CP와 속성이 같으면서 만기가 긴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는 뛰었다. 신용등급 'AAA' 은행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7%포인트 상승한 4.70%, 'AA-' 회사채 3년물은 0.13%포인트 오른 7.38%로 거래를 마쳤다.

정부와 한은이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의 부도 가능성, 은행의 대출 부실이란 '본질'을 해결하지 않은 채 '돈'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CP·CD 금리 하락을 '지원 사격'해 단기 신용물 금리를 떨어뜨린 후 회사채와 은행채 금리도 따라 내려가길 기대했다. 한은은 현재까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한은의 의도대로 CD 금리는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한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0월말 이후 3.00%포인트 급락했고, 이 기간 CP 금리도 2.25%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정책 목표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장기 신용물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이 기간 'AA-' 회사채 금리는 0.7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은행채는 같은 기간 3.03%포인트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펀드매니저는 "CD·CP를 비롯한 은행·회사채 금리가 그간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신용 위험 때문이었는데, 단기물은 유동성 공급과 기준금리 인하로 어느 정도 내려 올 수 있다"며 "문제는 만기가 긴 신용물은 기업의 부도 위험을 고스란히 안고 투자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선뜻 장기 채권을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용위험 재차 부각?

전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린데 이어 무디스도 시중 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껏 오른 신용채 열기에 찬물을 끼 얹었다.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신용 리스크 완화는 펀더멘털이 개선된 측면보다 유동성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최근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일부 회사채는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사태 이전까지 회복됐기 때문에 이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신용 위험이 재차 부각돼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채권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우량·비우량 회사채가 뒤섞여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장기 회사채를 낮은 금리에 원활히 발행해 시장에서 자금을 제 때 공급 받아야 하는데, 옥석이 가려지지 않으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경기 침체와 맞물려 더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