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은 지금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9.02.03 04:05

[머니위크]이자 챙기며 경기부양 빅 이벤트에 촉각

1월15일 오후 현대증권 부띠크모나코지점. 한 눈에도 우아한 모습의 '사모님'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명문 OO여고 동창회 자리.

커피와 다과를 먹으며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였지만, 특강이 시작되자 실내에는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이날 특강의 주제는 '2009년 금융시장 전망 및 재테크 전략'. 오성진 현대증권 WM센터장의 시황 및 재테크 전략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그러니까 지금이 주식을 사거나 부동산을 살 적기라는 건가요?"

"해외주택에 투자했는데 아직 자산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리하는 게 좋을지, 더 기다리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애들 집을 사야하는데 그럼 2013년(부동산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시기)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과연 '언제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나'. 투자의 시기와 상품을 저울질 하는 목소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채규 현대증권 부띠크모나코지점장은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100조원을 돌파할 만큼 투자 대기자금(눈치 자금)이 몰려 있는 상태"라며 "아직 막대한 투자 자금이 증시 등에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이를 준비하는 투자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소위 '강남 부자'들은 어떻게 재테크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까. 강남 일대 은행 및 증권사 PB센터와 특화지점을 통해 투자 동향을 들여다봤다.

◆금리하락기 "1%라도 더" 이자 따먹기

"6억원만 옮겨주세요."

1월14일 최봉수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팀장은 고객으로 전화 한통을 받자마자 급하게 본사로 연락을 취했다.

"오늘이 연 7.5%로 특별 판매하는 OO채권이 마감되는 날이거든요."

최봉수 PB팀장은 "금리가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 보니 금리 경쟁력 있는 상품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금리 차이로 인해 MMF의 자금 중 일부를 옮겨놓으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진다"고 했다.

상반기에는 여전히 시장의 불안 요인이 상존하다 보니 안전성을 중시하는 자산가들은 펀드 같은 투자 자산보다는 채권·예금·MMF 등 이자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분위기가 짙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PB팀장은 "부동산이나 주식에 섣불리 들어가기 어렵고, 6개월에서 1년은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으면 특판 예금 등에 넣자는 게 요즘 많은 자산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신 팀장은 특히 국민은행이 국가고객만족도 3년 연속 1위 기념으로 연 6%로 특판한 정기예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며 "지난 1월5일부터 일주일간 (개인적으로) 하루 100억원어치씩 특판 정기예금(연 6%)의 가입 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중에는 10억원, 20억원에서 많게는 45억원씩 가입한 경우도 있었다.

무기명 단기 채권 역시 인기상품이다. 이 역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금리의 영향이 크다.


"국민은행 포털 내에 고객들이 자유롭게 사고파는 세일즈까페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작년에는 7.9%, 7.5% 수준의 국민은행 후순위 채권이 많았는데 팔려는 사람은 많아도 사려는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6%대에도 사려는 사람만 있습니다."

신 팀장은 "이제 고금리 상품은 정말 '막차' 분위기라 예전처럼 6~8%대 상품을 찾기 어렵지만 상반기 중 간혹 6%대가 넘는 후순위 채권 등이 나올 경우 등을 노려보라"고 조언했다.

◆공격적 투자 "빅 이벤트를 주시하라"

금융시장 전반에 여전히 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지만 적극적 성향의 투자자들은 다시 주식이나 펀드시장으로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다.

최근 변동성이 심한 장세를 타고 지난해 펀드 등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자 하는 시도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센터장은 "근래는 낙폭 과대 상황이어서 지난해 현금 확보하신 고객들은 일부 간접이 아닌 직접 주식투자로 방향을 선회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신뉴딜정책과 태양광, LED, 풍력 등 정책 랠리가 펼쳐지는 테마종목 쪽으로 단기매매 성격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자들 중에는 '빅 이벤트'에 대한 시나리오를 그리고 이를 대비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빅 이벤트란 그간 시장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충격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관측이 서로 엇갈리고 있지만, 이렇게 불안정한 때에는 평범한 시기에 찾을 수 없는 고수익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자산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채규 지점장은 "지난해 펀드에 놀란 사람은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반면, ELS(주가연계 파생상품) 등에 데인 경우는 펀드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지점장은 추천 유망 종목으로는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투자자에게는 건설업종이나 금융업종 등 낙폭과대 및 저금리 수혜주를, 상대적으로 안정지향적인 직접 투자자에게는 향후 지수가 오를 경우 최소한 지수와 같은 수준으로는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을 권했다.

◆틈새시장 "경기부양 수혜" 원자재로 뚫어라

"자산가 고객들은 신문에 나오는 원자재 가격에 따라 소유한 펀드의 가격도 움직이는 상품을 원해요. 그런데 현재로는 딱히 그런 상품이 없어 본사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최봉수 PB팀장은 "최근 원유든 금이든 국제 원자재가격에 직접 연동되는 상품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상품 출시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틈새시장도 요즘 자산가들의 관심 영역. 그중 부자들이 특히 원자재상품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최 팀장은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경기회복 가능성이 있는 하반기 이후 수요가 되살아나면 원자재 가격이 되살아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유의 경우 고점대비 1/3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농산물, 철강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투자 매력이 있다는 관점. 또한 저금리로 유동성이 커지면서 투기자금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최 팀장은 내다봤다.

이채규 현대증권 지점장 또한 "현재 경기침체는 전 세계가 같이 겪고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 동시에 경기부양에 본격 나서게 되면 석유나 시멘트 등의 원자재 부족 현상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 "원자재펀드를 리스크 헤지(손실방지책)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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