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현대차…노조는 '파업수순'

박종진 기자 | 2009.01.15 17:49

노조 '쟁의발생 결의' 상정.."사업계획도 못짜고 있는데…"

'회사는 비상경영, 노조는 파업?'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 세계 자동차산업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현대차 노조가 파업 수순에 들어가 연초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쌍용차가 극심한 경영난 속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등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감산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노조가 위기를 외면하고 또다시 '투쟁'을 선택하고 있는데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오는 19일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02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 결의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쟁의발생 결의가 이뤄지면 쟁의대책위를 구성하고 ‘투쟁체제’로 조직을 전환하게 된다.

노조는 올 1월부터 시범실시하기로 했던 전주공장의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이 불투명해지자 파업하겠다고 나섰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지난해 단협에서 합의한 사항으로 현행 주야간 2교대(10+10시간)를 오전 6시30분부터 연속 2교대(8+9시간)로 바꿔 밤샘근무를 없애면서도 사실상 월급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노사는 근무형태변경추진위를 구성하고 전주 별도협의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회사 측은 경기불황에 따른 세계적 자동차수요 감소로 전주공장 버스라인을 1교대로 전환하는 내용의 비상경영체제를 발표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장상황이 너무 안좋으니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점을 노조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가 최대 현안이었던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사측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했다”며 “사측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우리 방식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이번 움직임은 연초부터 파업이라는 무기로 사측을 압박, 근무체제 전환뿐만 아니라 감산이 장기화할 경우 진행될지도 모르는 구조조정 가능성에도 사전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관측된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약속을 믿어온 노조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지금 파업은 안된다"며 "생존을 건 글로벌 경쟁에서 외국 브랜드의 근로자들과 생산성 경쟁을 벌일 때"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경제침체 따른 판매부진에 대응해 관리직 임금동결, 조업시간 단축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사업계획도 짜지 못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불투명하다"며 "1분기 생산량마저 전년대비 최대 30%까지 줄이는 판에 파업까지 돌입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행위"라고 우려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노조의 파업카드는 협상용으로 보인다"면서도 "막상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여론에 밀려 쉽게 결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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