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도 막지 못한 국세청장 '불명예'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9.01.15 15:17

지난해 청장실 이전, 잇단 前청장들 스캔들에 "전문가 모셨다" 소문 무성

-'투명세정' 전파 의도로 유리벽 공사
- 12층으로 옮기며 靑과 같은 방향 바라봐
-"욕망이 운명을 바꾸지 못한 것"


한상률 국세청장이 그림과 골프 파동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5월의 국세청장실 이전이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국세청장 집무실을 14층에서 12층으로 이전하며 유리벽 설치 공사를 했다. ‘투명세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한 청장의 아이디어였다.

‘투명세정’ 전파 의도와 7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는 국세청의 공식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15억원의 예산사용설과 함께 불거져 나온 것은 ‘풍수지리설’이었다.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들의 불명예 퇴진을 바라보며 이를 막기 위한 마음에서 풍수지리 전문가까지 동원해 청장실을 굳이 이전했다는 것.

게다가 청장실 이전 시점이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을 짊어졌던 한 청장이 현 정부로부터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직후라는 점에서 '풍수지리설'은 더욱 그럴듯해 보였다.

청장실의 이전은 2007년 11월 풍수지리설에 소양이 있는 중국 첸관린 국세청 차장의 국세청 방문이 있었다는 점에서 소문에 탄력이 붙었다.


당시 전군표 전 청장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국세청이 한창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첸관린 중국 국세청 차장이 "청장실이 14층에 위치해 길운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후 풍수지리에 밝은 전문가가 청장실을 직접 둘러보고 청장실의 위치가 현재와 같은 12층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전 14층 청장실은 안에서 풍경을 볼 수 없는 구조여서 답답했던 데다 청장의 책상은 서쪽을 향해 있어 청와대쪽에서 바라보는 방향과 90도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다.

이후 옮긴 12층 청장실은 동쪽에 위치하고 창문이 많아 볕이 잘 드는데다 사무실 책상은 청와대와 같은 남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국세청 관계자는 "기존 14층 청장실은 건물 구조상 유리벽 설치가 상당히 난해한 측면이 많아 12층으로 이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유야 어쨌든 ‘투명세정’을 부르짖으며 취임 당시 "인사청탁 몸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했던 한 청장이 불명예스런 일에 연관됨에 따라 청장실 이전이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가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결국 욕망이 운명을 막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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