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동부그룹, 어디서 보상받나

더벨 김동희 기자 | 2009.01.15 11:52

[thebell note]

이 기사는 01월14일(14: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공식 해명 이후에도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아무런 배경 설명 없이 두산그룹과 동부그룹을 실명으로 지목, 금융시장에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슬람금융세미나에서 "산업은행을 통해 두산과 동부 등 중견그룹을 지켜보고(모니터링)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세미나 직후 "중견 대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일부 기업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충격은 컸다. 먼저 주식시장에서 두산과 동부그룹 소속 상장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두산두산중공업 주가는 장중 한 때 전일보다 각각 2500원과 1300원이 하락했다. 동부하이텍 주가도 한 때 2%이상 떨어졌다. 전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기 전까지 이들 주식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채권시장에서는 신용경색 공포가 확산됐다. 신규 회사채 투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는가 하면 이미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급매물을 내놓는 문제로 고민했다. 두산과 동부그룹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졌기 때문이다.

최근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두산중공업은 직접적인 피해자다. 전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회사채 투자자를 모집하던 증권사에는 문의가 빗발쳤다. 금리가 높아 채권에 투자하려 했는데 불안해서 못하겠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매니저는 "두산중공업 회사채 금리가 8.5%(만기 1년)로 높아 투자를 하려 했는데 전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투자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되자 금융위원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책 책임자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전 위원장의 발언은 긍정적인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건설·조선업에 이어 대기업까지 현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작용이 더 컸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왜 두산과 동부그룹을 지목했는지 근거를 내세우지도, 자세하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투자자들에게 바른 지표를 제시하지도 못한 채 불안 심리만 키운 것이다.

정책당국이 대기업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굳이 실명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건설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정책당국이 실명을 발표한 적도 없었다.

가뜩이나 두산과 동부그룹은 업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이다.

금융위원장의 발언이후 두산그룹과 동부그룹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명확한 근거 없이 나온 정책수장의 발언 때문에 해명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날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두 그룹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게 됐지만, 어디서도 그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