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치킨게임되나..깨지면 모두 패자

강기택 기자 | 2009.01.15 10:46
대우조선해양 매각 딜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딜이 깨지면 매각자인 산업은행, 인수협상자인 한화그룹, 매물로 나와 있는 대우조선해양 등이 모두 패자가 되는데도 명분에 얽매여 파국을 향해 달리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졌다 해도 무산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손실 최소화, 책임 떠넘기기에 몰두할 게 아니라 딜을 살리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딜이 깨진다면 매각대금의 입금 지연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고 매각대금을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매각 이후 재입찰을 한다고 해도 현 시장상황상 한화가 써낸 가격 이상을 받으리란 보장이 없다. 더욱이 현대건설 등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매각작업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면 기존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내도록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해외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이려던 계획이 무산된다. 계약이행을 위한 보증금 3000억원을 반환받기 위해 지리한 소송전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된다.

매각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매각이 표류되면서 수주 차질과 직원들의 동요 등이 우려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경영권 불안정이라는 리스크까지 겹쳐 선박 발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루마니아의 망갈리아조선소 부실, 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KIKO) 가입에 따른 손실 등 주요 현안들도 표류 중이다.


그러나 산은은 한화그룹이 제시한 인수대금 분납방안 등을 받아들일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까봐 금융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3월말 납입완료를 요구하고 있다. 딜이 성공한다고 해서 성공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특혜시비를 자초해가며 애써 매각을 성사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화그룹도 이미 3조원대로 자산가치가 떨어진 대우조선을 6조원대를 주고 사느니 딜을 포기하고 실사불이행에 대한 산은의 책임을 물어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되찾아오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딜을 유지하는 게 전체 흐름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산은이 현 경제상황을 감안해서 딜이 깨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거시경제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한화에 예전 조건대로 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입찰 당시에 비해 거시경제 상황이 크게 바뀌었으니 분할매입도 현실적으로 고려할 만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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