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독 엔화에만 약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 2009.01.15 16:02

엔화, 4월 90엔대 반등 전망...해외투자금 본국송환 중

-일본 금융시장 상대적으로 건전.. 역송금 수요로 엔화 강세
-일본 연간결산 넘긴 4월초 엔/달러 반등, 90엔대 수준 예상
-유럽은 금리 인하로, 캐나다는 유가 하락으로, 남반구는 여름휴가로 달러 강세

연초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만 연일 하락(엔화 강세)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엔케리트레이드(낮은 엔화 금리를 이용한 거래)가 청산되면서 엔화의 본국 송환이 가속화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 일본 기업들이 일본의 연간결산일인 1분기말 전에 해외 투자금을 거둬들이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환딜러들은 연간결산일 전인 3월 말까지 엔화 강세가 지속되다 4월 초 엔/달러 환율이 상승 반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탓에 일본기업들이 국제외환시장의 자금 운용 규모를 줄이고 연간결산 시점 전에 일찌감치 본국으로 자금을 송환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계 금융기관보다 일본계 금융기관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으로 송환하는 달러 유입량이 늘어나면서 연초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일본 정부가 엔/달러 환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지만, 일본기업들은 1분기 글로벌 경기침체를 더 우려하고 있어 해외에 나간 자금을 대량 회수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일본계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줄여 달러화를 확보했지만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일본으로 엔화 자금을 보내고 있다”며 “환투기 세력이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자 4월 환율 반등을 노리고 엔화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달러와 엔화 간 금리차가 줄어들자 엔케리 자금이 일본으로 많이 돌아왔다”며 “엔화 강세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소재 및 부품 수입가격에 타격을 줘 우리 기업들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엔화 강세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자금중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598.25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해 지난 2일 1384.91원으로 단기 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5거래일째 가파르게 상승하며 15일 1565.36원까지 치솟았다.

한 시중은행 이종통화 딜러는 “일본의 결산이 끝나는 오는 4월 초 엔화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90엔 선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7일 13년 만에 최저치인 87.79엔까지 떨어졌었다. 지난 6일 94.55엔을 보이다 12일까지 6일 연속 하락하며 89.61엔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통상 100엔 수준에서 거래된 것에 비하면 엔화가 급격한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엔화 강세를 제외하면 글로벌 달러는 주요통화 대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로존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달러화 대비 환율은 달러/유로, 달러/파운드로 환산돼 이들 환율 하락세는 글로벌 달러 강세를 의미한다.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해 12월 18일 1.1493달러로 단기 고점을 형성한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1월 15일 1.3205달러까지 급락했다. 달러/파운드 환율 역시 12월 17일 1.5421달러로 단기고점을 형성한 이후 1월 15일 1.4641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럽지역 주요통화 약세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에 가깝게 조정했지만 주요 통화국 역시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해 달러와의 금리차가 줄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영국 영란은행(BoE)이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694년 설립 이후 최저인 1.5%까지 인하했고, 오는 15일 유럽중앙은행(ECB)도 현재 역대 최저수준인 2.5%의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달러 강세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면서 상품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캐나다 달러와 호주달러 등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다음 달 여름휴가기간에 들어가 거래가 줄 것으로 보여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도 글로벌 달러 대비 약세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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