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종 "강만수, 미네르바 증인 세우고파"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09.01.14 17:20

"가짜에게 당했다는 것은 박대성씨 인격모독"

검찰에 의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대성(30)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전 국회의원, 사진)가 14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씨의 체포부터 현재 상황까지를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박씨의 경제지식 습득 경위, 체포순간, 현재심경, 신동아 기고문에 대한 반응 등을 상세히 전하며 박씨를 '진짜 미네르바'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미네르바 사건을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규정하며 "구속적부심 심사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증인으로 세우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치적 배후설에 대해서도 어불설성이라고 강조했다. "박씨가 '민주주의 2.0' 사이트에 가입한 것을 가지고 배후에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말이 안 된다"며 "토론을 위해 가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2.0은 노 전 대통령이 만든 토론 사이트다.

검찰이 박씨와 미네르바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미네르바가 활동하던 아고라를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검찰의 수사협조 요구를 받고 협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등의 고소·고발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선 인지사건"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박찬종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현재 박씨의 심경은
▶ 충격 받은 상태다. "내가 무슨 큰 죄를 저질렀나", "내가 무슨 연쇄살인범인가"라는 말을 할 정도다. 상상하지도 않은 일을 겪고 있는데 당연한 반응 같다.

- 박씨가 체포된 상황은
▶ 집에 있었는데 7일 오후 2시경 검찰 직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박씨를 데려갔다. 그 길로 검찰에서 조사받게 됐다.

- 검찰이 박씨를 갑자기 체포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이 사건은 인지사건이다. 누군가가 고소·고발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스스로 조사한 것이다. 지난해 말 김경한 법무부장관이 국회에서 미네르바에 대해 "조사할 수도 있다"고 답한 이후 미네르바를 체포한다는 풍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조사를 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검찰이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 검찰의 협조요구를 받은 다음이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박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소문이 계속되고 있다
▶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리먼 브라더스 위기를 예측하고 환율 급등을 예견한 미네르바는 박씨다. 박씨가 소위 '진짜 미네르바'라는 것이다.

- 미네르바가 쓴 글이 금융계 실무경험이 없는 30대가 쓸 수 없는 글이라는 지적도 있다
▶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주변 지인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면서 경제에 대해 눈을 떴다. 경제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이후 매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경제에 관한 기사, 칼럼 등을 읽었다. 집중력과 탐구심이 매우 강한 성격이다. 그렇게 파고들면서 공부한다면 충분히 대가가 될 수 있다.


- 일부 매체에서 '돌팔이에게 속았다'고 보도했다
▶ 2년제 대학을 나오고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인물에게 휘둘렸다며 '가짜에게 당했다'고 보도하는 것은 박씨에 대한 인격모독이다.

- 미네르바 열풍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유명한 경제학 교수나 경제학자들이 예측에 몸을 사렸다. 그런 상황에서 박씨는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했고, 그의 예측이 들어맞았다. 이 때문에 미네르바가 각광을 받은 것 같다.

- 신동아 논란에 대해 박씨는 어떻게 생각하나
▶ 박씨는 신동아 논란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기는 그런 글을 쓴 적이 없는데, 자신의 글과 비슷한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기고하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명예가 손상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 민주주의 2.0 사이트에 가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다
▶ 민주주의 2.0에 가입한 것은 토론을 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매체가 박씨 배후에 노사모가 있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썼는데, 황당하다.

- 박씨가 주식투자를 했나
▶ 주식을 아예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면서는 주식을 사익을 챙기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 상 더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 왜 자신을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고 소개했나
▶ 박씨가 인터넷 공간에 글을 썼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글에 많은 사람들이 반응하고 자신의 예측이 적중하면서 인터넷 글쓰기에 더욱 흥미가 생겼을 것이다. 악의를 가지고 속이기 위해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고 소개한 것이 아니라, 흥미를 끌기 위해 자신을 나이 많은 사람으로 소개한 것이다.

- 미네르바가 쓴 글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하나
▶ 검찰이 문제 삼은 글 속 미네르바의 주장은 결국 다 사실과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정부가 금융기관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주장했는데, 종이로 된 공문을 안 보냈다 뿐이지 실제로 불러서 지시하지 않았나. 지엽적인 부분에서 틀렸을 뿐, 결국 미네르바의 말이 전부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 구속적부심 심사에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인가
▶ 생각 같아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간부를 증인으로 세우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박씨를 지지하고 박씨의 구속을 반대하는 네티즌의 의견을 모아 재판장에 제출할 생각이다.

- 변호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미네르바 사건을 어떻게 보나
▶ 미네르바 사건으로 한국 브랜드가치가 많이 추락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구체적이고 강압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당국이 금융기관을 불러서 달러를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거기다가 인터넷에 자기 의견을 개진한 한 명의 네티즌을 체포했다. 이 역시 선진국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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