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레지던스도 '썰렁'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01.14 15:21

이용객들, 방값 싼 곳으로 이동해 공실↑..업종변경하는 곳도 증가세

최근 몇년새 서울 역세권에 우후죽순 들어선 1인용 원룸형 고시원인 '레지던스'가 경기 불황과 맞물려 공실이 늘면서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는 2~3년전부터 30개가 넘는 레지던스가 성업을 이뤘지만, 지난해 경기 한파 영향으로 지금은 10여개 밖에 남지 않았다.
↑ 신촌의 한 레지던스 내부 모습. 9㎡ 남짓한 방에 책상, 침대, 샤워·화장실이 갖춰져 있다.(B레지던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진)

레지던스는 흔히 알고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 서비스와 주거공간이 결합된 형태)'와 달리 기존 고시원을 조금 넓힌 7~10㎡ 크기의 방에 화장실(샤워시설 포함)을 갖춘 곳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사는 곳이다. 월세는 방 크기 등 주변 여건에 따라 40만~70만원선까지 다양하다. 보통 40~50개 정도의 방으로 이뤄진 레지던스가 많다.

신촌처럼 역세권에다 대학가인 경우 지방에서 올라온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많아 초기에는 빈 방이 없을 정도였다. 기존 고시원보다 월세로 10~30만원 비싸지만 사생활이 보장된다는 장점 때문에 엄청난 인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불어 닥친 경기 한파로 공실이 점차 증가하면서 문 닫는 곳이 속출했다. 이름을 바꿔 월세가 저렴한 고시원으로 변경한 곳도 있었고, 아예 사라진 곳도 많다.


신촌역 인근 K레지던스 사장은 "크고 작은 방 40개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경기가 좋을 때는 공실이 없었다"며 "지난해 여름부터 하나 둘 나가더니 지금은 절반 이상이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가 부담됐는지 가격이 저렴한 고시원 등으로 많이 나갔다"고 덧붙였다.

신촌 E부동산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매물로 나오는 상가 점포들이 많은데, 기존에 레지던스로 영업했던 곳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중 일부는 술집이나 노래방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남역을 비롯한 도심 역세권 일대 레지던스들도 공실이 많이 늘었다. 보증금이 없다는 장점은 있지만 다른 주거 시설보다 월세가 비싸기 때문에 방값이 싼 도심 외곽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강남역 H레지던스 관계자는 "요즘 방값을 깎아 달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물 임대료와 시설유지비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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