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슈퍼마켓' 씨티의 실패한 실험

김경환 기자 | 2009.01.14 13:45

(종합)11년전 씨티은행 체제로 회귀 의미… 배드뱅크 설립도 고려

"11년간의 실험은 실패했다"
모든 금융상품을 아우르는 '금융 슈퍼마켓' 모델의 선두 씨티그룹이 금융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전면 쇄신을 선택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11년간 지속해오던 '금융 슈퍼마켓' 모델을 포기하고 전통적인 은행 부문에 주력하는 구조조정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씨티그룹이 1998년 트래블러스 그룹과 합병하기전 씨티은행으로 다시 회귀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13일(현지시간) 미 현지 언론들은 씨티그룹이 증권사업 부문인 스미스바니 부문 분사를 시작으로 수일내로 사업부문을 대거 축소하는 대대적인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앞서 증권 부문인 스미스바니를 모간스탠리에 매각하고, 로버트 루빈 고문을 퇴진시키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다음주 구조조정 공식 발표

소식통에 따르면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최근 수개월간 구조조정 방안을 강구해왔다. 특히 씨티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은 지난해 말 450억달러의 정부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더욱 급물살을 탔다. 투자자들 역시 씨티그룹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부문을 분리하라는 압력을 행사해왔다. 씨티그룹은 5분기 연속 손실을 발표할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매금융과, 부유한 고객들에 대한 전략적 소매 금융에 주력하는 JP모간체이스와 같은 전통적인 상업은행 모델로 돌아갈 것을 계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의 이 같은 선택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신용카드 등 전 금융부문에 걸쳐 사업망을 갖춰온 씨티그룹이 사실상 해체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CNN도 씨티그룹이 증권 영업부문인 스미스바니를 모간스탠리에 매각 분리키로 한 것이 금융 슈퍼마켓으로 불리우는 '종합 투자은행' 해체의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1998년 트래블러스 그룹과 씨티은행의 합병을 계기로 탄생한 후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지속해왔다. 씨티그룹의 성장 전략은 대공황 이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등 금융부문 겸업을 금지해온 글래스 스티걸법이 1999년 공식 폐지되면서 더욱 속도를 더했다. 결국 씨티그룹은 100개국 이상에 30만명의 직원을 둔 거대 은행으로 재탄생했다.

◇ 합병 이전 씨티은행으로 회귀

그러나 씨티그룹의 구조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합병 이전의 씨티은행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씨티그룹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자본금 규모는 현재 2조달러에서 3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그룹은 모간스탠리와의 증권합작사를 설립하기 위한 스미스바니 지분 매각으로 27억달러의 현금을 받는다. 씨티그룹은 이번 스미스바니 합작사 설립을 통해 총 100억달러의 세전이득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매각 완료 시점에 씨티그룹이 순익으로 돌아서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에만 최소 10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로 씨티그룹의 주가는 6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씨티그룹은 투자자들은 물론 이제 정부 간섭을 받아야 한다. 팬디트는 종합 금융회사 모델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수익을 내라는 정부와 투자자들의 요청에 등을 떠밀려 자산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씨티그룹의 변화가 성공적일 경우 새로운 씨티그룹은 대출 및 인수·합병(M&A) 자문, 자본시장 서비스, 트레이딩과 지급 서비스 부문 등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씨티그룹은 부유한 고객들을 위해 프라이빗뱅킹 및 소매금융, 신용카드 서비스 등을 전개한다.

◇ 굿뱅크-배드뱅크 설립도 논의

씨티그룹은 소비자금융업체인 프리메리카 파이낸싱과 씨티파이낸셜은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유상표(Private label) 신용카드 사업부 역시 매각을 고려 중이다. 또 자기소유 유가증권거래(Proprietary trading)의 규모를 축소하고, 멕시코의 은행 자회사 그루포 피난시에로 바나멕스 매각에도 나설 전망이다.

씨티그룹 경영진들은 '굿뱅크'와 '배드뱅크'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 굿뱅크에는 씨티그룹이 원하는 사업을 몰아넣는 반면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더이상 영위하길 원하지 않는 사업부문과 부실 자산을 배드뱅크로 넘겨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로버트 램 뉴욕대학교 재정학 교수는 "이 같은 구조조정은 씨티그룹 시대의 종말을 뜻한다"면서 "거대 종합 금융회사가 사업에 실패할 경우 얼마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한편 씨티그룹에서 떨어져 나올 스미스바니가 모간스탠리의 증권부문과 합병되면 독립 증권사 모델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래스 스티걸 법 폐지 이후 10년간 거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이 독립 증권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월가에서 독립 증권회사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는 등 투자은행이 몰락하고, 씨티그룹이 구조조정을 통해 상업은행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시 월가에는 전통적인 상업은행과 독립 증권사 모델이 부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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