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채권단의 졸속협상

더벨 박창현 기자 | 2009.01.14 10:45

입찰조건 변경에도 협상 강행.. 두달간 '직무유기(?)'

이 기사는 01월14일(09:2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우일렉의 세 번째 M&A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선정한 차순위협상자 리플우드와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일렉 채권단과 리플우드가 협상시작부터 입장차가 컸던 만큼 M&A 무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대우일렉 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리플우드가 우선협상자 선정 직전에 입찰제안 조건을 고쳐 채권단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리플우드는 당초 입찰제안서에 채무연장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우선협상자 선정이 거의 확실시 되자 이 조건을 제외시키고 대우일렉 인천공장과 구리공장을 매각한 돈으로 인수대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LBO방식 보다 더 과감한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한 셈이다.

조속한 매각을 원했던 채권단은 리플우드의 엽기적 행각에도 협상을 강행했다. 하지만 입찰 조건도 맞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 될 리가 만무했다. 결국 리플우드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딜은 멈춰 섰다.

차순위협상자 선정 당일 매각 무산이 기정사실화 되는 촌극이 벌어진 것.

설사 인수 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입장조율을 통해 협상재개를 노려볼 법도 했지만 채권단도 일괄매각을 고수하면서 제대로 된 협상 한번 진행해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권단은 언론에 M&A 중단 사실이 보도되고 나서야 매각 무산을 공식발표했다. 진전이 전혀 없는 리플우드와의 협상을 2달간이나 붙잡고 있으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백색가전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채권단의 행보는 직무유기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전자업체는 연구개발(R&D)이 생명이다. 신규자금을 수혈해 신제품 개발과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 가전시장이다.

워크아웃 기업인 대우일렉이 LG전자와 삼성전자라는 두 강자 틈바구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대 초반 가전 시장을 평정했을 당시 쌓았던 자존심과 기술력 덕택이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간이 길어지면서 한계에 직면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하루빨리 새주인을 만나 워크아웃 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대우일렉 전 직원들의 절실한 바람이다.

두 달이란 시간에 담겨진 긴박함과 절박함을 협상테이블에만 앉아있는 채권단은 알지못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협상이 실패한 것은 금융경색 여파로 리플우드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리플우드와의 협상 내용에 대해선 일체 답변을 거부했다.

채권단의 함구에도대우일렉은 채권단을 믿고 따를수 밖에 없다. 실제로도 리플우드와의 협상실패에 대해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채권단에 더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다. 채권단이 그 믿음을 져버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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