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건설사가 왜 '살생부'에 오르나"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9.01.14 09:00

건설업계 "형평 어긋나" 불만 고조… "금융권 위해 건설이 희생" 목소리도

이달 23일로 예정된 채권금융기관의 일명 '살생부' 확정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불만의 대부분은 금융권이 정부의 묵인아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잣대로 강제 퇴출 명단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의 이 같은 인위적 작업으로 인해 자생력이 있는 기업마저 하위 등급에 분류, 자칫 억울한 퇴출이 이어질 수 있다고 건설업계는 우려했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최근 작성한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 결과에 따르면 C·D등급으로 분류된 41개사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중견 건설사인 D사의 경우 지난해 3/4분기까지의 경영 상태에 대해 평가를 받음으로써 최하위 등급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악의 상황이었고 같은 해 4/4분기에 상당수 부실을 걷어내 현재 최고 B등급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결국 금융권이 살생부를 만들어 자구책 마련이 가능한 건설기업까지도 이유 없이 퇴출당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은행연합회 등이 예정대로 퇴출 기업 명단을 확정, 그 결과가 노출되는 순간 해당 건설사는 최악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만과 우려는 중견, 중소건설사 일수록 더욱 심하다. 이번 신용위험 평가 기준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어서다. 그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 평균 분양률, 사업장 위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영업위험 평가지표가 부동산 관련 사업 위주이고 그 가중치도 커서 주택건설이나 PF사업 등 특정분야 주력업체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자기자본, 계열사 지원항목, 사업포트폴리오 등으로 구성된 비재무항목 평가 역시 업체의 질적 수준을 무시한 채 단순히 외형만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어 대기업은 유리한데 반해 중견, 중소기업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수도권 한 중견건설업체 재무담당 임원은 "세부적 평가 기준이 불분명하고 평가시점이 불투명해 업체들이 자산매각 등 경영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에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평가기준이 정상적인 경기 상황을 전제로 작성돼 C,D등급 해당업체가 과다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체들 사이에선 이번 신용위험 평가가 단순히 금융기관만을 위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적지 않다. 충청권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금융권의 건전성만을 위해 건설사들을 희양생으로 삼고 있다"며 분개했다.

건설업체들은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괄 평가 대신 개별 기업별로 채권기관이 평가한 후 신규자금을 비롯한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재무 담당 임원은 "건설사마다 경영 형태에 따라 수주 등의 분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개별 기업 사정에 맞춰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올바른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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