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이어 CP금리 급락, 다음 타깃은 회사채?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전병윤 기자 | 2009.01.13 17:03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에 힘입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기업어음(CP) 금리가 1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제자리를 되찾고 있다. 이에 따라 CP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회사채 금리도 하락해 기업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한은이 CP와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 발행채권) 매입용으로 자금을 푼 환매조건부채권(RP) 입찰에 예상보다 적은 자금이 몰려, 신용경색 우려가 본격 회복된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3개월짜리 CP 금리(증권업협회 종가 기준)는 전날보다 0.29%포인트 하락한 5.37%로 마감했다. 12일 전일에 비해 0.27% 내린 후 이틀연속 급락한 것.

이날 CP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2008년 9월15일) 당시 CP 금리였던 6.20%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또 금융시장 활황기였던 지난 2007년 8월20일 CP 종가인 5.37% 이후 1년 4개월 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CP 금리가 하락한 원인은 한은의 RP 매입을 통한 '지원사격' 때문. 특히 한은은 금융사에게 RP용으로 채권을 사들여 돈을 풀면서 자금의 용도를 'CP와 여전채 매입'으로 제한했다.

유동성을 공급해도 금융사들이 자금을 CP 등 신용물에 투자하지 않고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만 넣어두고 있다는 점을 '정조준'한 셈이다.


한은은 이런 처방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끌어내려 결국 CD와 연동되는 은행채 금리의 하락을 유도한 바 있다. 한은이 지난해 19일 2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하면서 자금의 용도를 CD로 못 박자 금리 하락이 이어졌다.

이한구 증권업협회 채권시장팀장은 "한은이 신용물로 막힌 물꼬를 트려고 RP 지원금의 투자 대상을 CP와 여전채로 제한한 카드가 일단 성공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채 금리는 하락폭이 더뎌 CP에서 시작된 '불씨'가 신용물로 옮겨 붙을 것으로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날 신용등급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전일보다 0.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쳐 7.42%였고, 신용도가 낮은 'BBB-' 3년물 금리는 11.91%로 아직도 한참 높은 수준.

황태연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CP와 CD 금리와의 스프레드(금리차)는 정상적인 상황에선 1%포인트 미만이었다"며 "최근 CD 금리가 하락하면서 스프레드가 2.5%까지 치솟은 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CP 금리를 과거와 단순 비교해 회사채 금리의 급락을 기대하게엔 무리"라고 말했다.

오늘 한은이 증권사 대상으로 실시한 RP 매입은 당초 목표치인 1조5000억원보다 3분의 1 가량이 유찰된 1조300억원(낙찰 금리 2.52%)만 참여했다. 금리 2.52%의 자금을 지원받아 연 5.7%를 넘는 CP에 투자하려는 증권사가 많지 않았다.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하는 증권사마저 신용물 매입을 꺼려한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한 채권 관계자는 "CP 금리가 최근 급격히 떨어져 투자하기에 가격 부담이 있었던 데다 여전히 신용 위험 우려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장기 회사채 금리를 신용경색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구조조정에 따른 회사채 간 '옥석가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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