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낼땐 충당금 더, 불황땐 부담 덜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9.01.14 10:17

금융시스템, 새로운 도전<3·끝> 주목받는 '동태적 대손충당금'

은행들이 경기와 거꾸로 잠재 부실에 대비하는 '동태적 대손충당금제도'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수익을 많이 낼 때는 충당금을 더 쌓아 레버리지 효과를 완화하고, 불황 때는 충당금 부담을 줄여 과도한 디레버리징을 막자는 차원이다.

정상채권에 대한 일반대손충당금과 부실채권에 대한 특별대손충당금 외에, 대출채권 전체에 대한 장기 예상 손실률을 감안해 별도의 충당금을 적립하는 게 골자다.

스페인은 이 제도를 도입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스페인에선 경기에 따라 은행이 대출을 지나치게 늘리거나 줄이는 현상이 반복돼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았다.

한국처럼 경기변동성이 큰 데다 일부 금융권에선 경영진의 성향에 따라 대출한도를 급격히 변경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스페인 정부는 2000년 7월 '동태적 대손충당금제도'를 도입하고 금융기관들이 일반충당금 및 특별충당금과 별도로 잠재손실에 대비한 탄력충당금을 쌓도록 결정했다.

정부가 제시한 탄력충당금 적립기준은 과거 추세적인 자료를 토대로 산출된 잠재손실에 따른다. 예컨대 △공공대출 0%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 이하 주택대출 0.1% △신용등급 A 이상 기업대출 0.1% △금융리스 및 기타 담보대출 0.4% △일반 소비자대출 1.0% △신용카드 1.5% 등이다.

은행이 정한 내부기준도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면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금융권이 과도하게 충당금을 쌓을 경우 실적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탄력충당금의 최대 적립한도는 잠재 손실규모의 3배 이내로 제한한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서 스페인 금융권은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경영성과가 안정됐고, 기업뿐 아니라 가계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대서양을 건너 유럽도 강타했지만 스페인이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원인을 여기서 찾는 이가 많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동태적 대손충당금제도는 대출 및 금융감독의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경기상승시 대출을 늘리면서 대손충당금 적립에 소홀하거나 단기 업적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감독에서도 경기순응성을 얼마나 축소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경제주체가 예측할 수 있는 방식 가운데 경기중화적 접근방법을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최근 "기업이나 은행이 특별이익 등 영업과 무관한 수익을 얻는 경우에 한해 대손충당금을 더욱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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