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D는 괜찮지만, CP는 곤란해"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1.13 11:38

한은 RP 매입 기대 이하…증권사도 CP 기피

한국은행이 증권사를 통해 기업어음(CP)와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 발행채권) 등 크레디트물(신용물)에 자금을 우회지원하려는 계획이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한은이 13일 1조5000억원 규모의 RP 매입을 실시한 결과 1조300억원만이 응찰해 낙찰됐다. 평균 낙찰금리는 2.52%였다.

한은은 이번 RP 매입에서 지원자금의 용도를 'CP와 여전채 매입'으로 제한했다. 이에 응하는 기관은 RP를 한은에 매각해 자금을 지원받은 뒤 이를 CP와 여전채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도다. 한은은 지원한 자금이 용도에 맞게 운용되는지 모니터링한다.

한은 측은 이번 매입에서 주로 증권사들이 응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증권사들은 다소 리스크를 짊어지더라도 수익 위주의 투자를 할 것으로 판단했고, 실제 이번 매입에 응찰한 기관은 모두 증권사와 증권금융 뿐이었다.

하지만 당초 지원목표액의 3분의 1 가량이 유찰됨으로써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 등 다른 금융회사들도 CP 등 크레디트물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2% 수준의 자금을 지원받아 금리가 연 5.7%를 넘는 CP에 투자하려는 증권사가 많지 않았다.


한은은 지난달 19일 실시한 RP 매입의 경우 자금용도를 양도성예금증서(CD) 매입으로 제한했었다. 당시 2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실시해 전액 낙찰됐다. 이때도 전액 증권사와 증권금융에 낙찰됐다. 당시 낙찰받은 증권사들이 CD를 적극 매입한 결과 CD 금리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추세를 보여왔다.

실제 전날 한은이 RP 매입을 CP 등으로 용도제한해 실시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선반영되며 CP 금리는 0.27%포인트 내린 5.66%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은의 기대와는 달리 증권사들은 CD에 비해 CP와 여전채의 신용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 이번 매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의 채권별 리스크 편차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은은 지난달 11일 굿모닝신한증권, 대우증권, 동양종금증권, 부국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13개 증권사를 RP 대상 기관에 포함시켰다.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보다 폭넓게 공급하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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