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즈월 vs 코리안월

더벨 민경문 기자 | 2009.01.13 10:52

[thebell note]차이니즈월 인식 전환 선행돼야

이 기사는 01월12일(11: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차이니즈월(Chinese wall)을 침범하지 않기 위한 외국계IB(투자은행)들의 노력은 상상 이상이다.

차이니즈월로 가로막힌 부서 직원들끼리는 이메일 교환이 금지된다. 반송 처리될 뿐만 아니라 이같은 시도가 계속될 경우 경고 혹은 퇴사조치를 받는다. 리서치부서 직원의 ID카드로는 트레이딩 부서의 출입문을 여는 것도 불가능하다. 혹시 모를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타부서 직원끼리는 서로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 내부 규칙에 근거하고 있다. 1988년 미국에서 제정된 내부자거래 및 증권사기 규제법은 차이니즈월의 자율규제가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미국 IB들은 트집 잡힐 일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금융 범죄의 처벌 수위가 높은 것도 이유지만 차이니즈월이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만큼 그 문화 또한 자연스럽게 정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계IB 국내지점 대표를 지냈던 한 IB관계자는 "트레이더 시절 몇 년간은 리서치담당자와 밥 한 끼 먹은 적도 없다"고 했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이 관계자는 "차이니즈월을 지킬 만큼 직원들이 냉정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이든 털어놓고 공유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문화가 차이니즈월과는 잘 맞지 않다는 거다.


기업금융 부서 내에서 자문과 자기자본투자(PI)업무 간 정보공유는 시너지창출이라는 목적으로 당연시되기 일쑤다. 더 나아가 PI가 병행되지 않는 자문 업무의 경우 고객사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재무적투자자(FI)로서 고객사와 함께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자문 결과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 차이니즈월을 지켜봤자 손해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는 선진IB육성을 목표로 차이니즈월을 법제화하는 강수를 뒀다. 미국과 같은 자율 규제로는 차이니즈월이 국내에서 원활히 시행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은 PI부서를 분리하는 등 조직개편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억지로 사무실에 칸막이를 나누고 정보제공을 차단하는 것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발휘할 지는 의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 개개인의 인식의 전환이요, 태도의 전환이다.

자통법 시행을 한달여 앞둔 지금 차이니즈월이 자칫 코리안월(Korean Wall)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4. 4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5. 5 "아시아나 마일리지 자동소멸? 전용몰은 다 품절"…쓸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