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무거운 국세 공무원을 뭘로 보고"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9.01.12 14:59

전군표 전 청장 부인, 한 청장 뇌물설 주장… 국세청 '발끈'

-"TK출신 A지방청장 견제하며 그림 전해줘"
- 이주성·전군표 前청장 이어 연루에 '부담'
- 국세청 "韓청장, 日출장으로 연락 안돼"


수뢰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청장 재임 시절 한상률 현 국세청장으로부터 고가의 그림을 전달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조직이 안정될 즈음에 또 다시 터진 수뢰 연루설로 당황스런 분위기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씨는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재임 시절인 2007년 당시 한상률 차장 부인으로부터 시내 모처 음식점에서 2000만원~3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 차장 부부가 국세청 내 경쟁상대였던 TK(대구·경북) 출신 A지방국세청장을 밀어내 달라며 그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차장 부부는 A지방청장이 공직자 신분이면서도 많은 금액을 종교재단에 기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사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전 청장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많은 액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사람을 밀어낼 수는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TK 출신의 A지방국세청장은 한상률 현 청장과는 같은 행시 21기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과 친이(친이명박)측 모두 가까웠지만 고려대 인맥을 앞세워 친이측에 더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임 당시에는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재는 한 세무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국세청은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에 이어 현 청장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당혹스럽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한 청장은 사무관 시절부터 '국세청장'을 목표로 두고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이번 연관설에 상당히 곤욕스러워 하고 있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청장과 차장 사무실이 옆에 바로 붙어 있는데 굳이 가족까지 있는 자리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입과 행동이 무겁기로 유명한 국세 공무원을 뭘로 보느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인이 있는데서 인사청탁을 부탁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냐"며 "한 가장의 입장에서도 그러기는(공개적으로 인사청탁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다른 관계자는 "만약 이번 일이 사실이라면 3번 연속 현 국세청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관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도덕적 부담 때문에 앞으로 국세청 내부 승진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일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외부 청장의 기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세청은 현재까지 한 청장의 인사청탁설 등에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은 채 내부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장은 현재 경재협력개발기구(OECD) 10개국 국세청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출장 중이며 오는 13일 귀국한다. 현재 한 청장과는 연락이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한 당시 차장이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 그림은 최욱경 화백(1940~1985)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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