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는 부동자금? 90% '낮잠'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09.01.12 14:51

출범 한달간 5조원 중 5200억 투자 그쳐, 회사채는 전무

- 수익률 0.2%… "회사채 운용지침 투자대상 풀어야"


지난해 말 채권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긴급 조성된 5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자금 90%가 회사채와 상관없는 단기유동성 상품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에는 출범 1달여 동안 52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데 그쳤고, 이마저도 회사채를 제외한 은행채, 여전채 등 우량채권에만 국한됐다. 채안펀드 자금 대부분이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채 부동자금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채안펀드 12월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모자(母子) 형태인 채안펀드는 12월말 현재 P-CBO 및 P-ABCP펀드 3379억원, 은행채펀드 1120억원, 여전채펀드 700억원 등 총 5199억원을 투자했다. 회사채펀드에는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나머지 4조4801억원은 증권금융 발행어음 2조5000억원, 국공채 MMF 1조3000억원, MMDA 4000억원, 콜론 2600억원, 은행 예금 등 173억원 등 주로 단기 유동성 상품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시장의 불길(불안심리)은 여전한데도 4조4801억원의 긴급 자금은 낮잠을 자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운용을 시작한 채안펀드의 설정이후 수익률은 0.2%를 기록, 같은 기간 MMF 수익률(0.21%)과 비슷했다. 이는 자금의 대부분을 단기 유동성 상품으로 운용한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 조성된 채안펀드가 실제 채권 투자에는 소극적인데다 은행채 등 우량채에만 투자하면서 비효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수혈이 필요한 회사채는 외면하는 등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채안펀드가 문제의 본질(회사채 시장 불안)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채안펀드 조성 당시 그 기대감으로 은행채 등 우량채권은 급속히 안정화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돈을 쓰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안펀드가 단기 유동성 상품과 은행채 등 우량채에만 투자하면서 채권간 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채안펀드가 운용을 시작한 지난해 12월17일 이후부터 지난 9일까지 은행채(3년물) 금리는 AAA등급 1.02%포인트, AA-등급 0.7%포인트 하락했지만 회사채 금리는 AA-등급 0.55%포인트, BBB-등급 0.17%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치며 여전히 7%-11%대의 고공행진중이다. 또 같은 기간 CD금리는 1.16%포인트나 급락했지만 CP는 0.78%포인트에 하락하는데 머물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채안펀드 조성 당시부터 안전 위주의 운용지침 때문에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현행대로 운용된다면 채권간 금리차만 벌어지게하는 반쪽짜리 채안펀드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채안펀드가 지금이라도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을 되찾은 은행채 등 우량채보다는 회사채 운용비중을 늘리고 운용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채안펀드의 회사채 투자는 신용등급 AA- 이상으로 한정돼 있다. AA- 미만 등급은 신용보강이 있어야만 투자가 가능하다.

업계관계자는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은행채 등 우량채권은 잘 소화되고 있지만 회사채는 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여전히 한겨울 상태”라며 “투자 리스크도 중요하지만 펀드매니저의 재량 껏 운용할 수 있도록 회사채 투자의 운용지침과 대상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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