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논리가 앞서고 감성·인정이 밀리는 시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9.01.12 13:09

제프리삭스 美컬럼비아대 교수 "글로벌 협조로 빈국 도와야… 이대로는 재앙"

"빈곤한 국가들이 가장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외면해왔습니다. 이성과 논리가 앞서고 감성과 인정은 간과됩니다.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국가들이 근시안적으로 대응할 때 굶주림과 질병, 폭력과 분쟁 등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 조짐들은 대재앙으로 이어집니다."

폴 그루그먼 교수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현실참여형 석학'으로 손꼽히는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겸 지구연구소장은 12일 "기후변화 대응과 새천년개발목표(MDG, 2015년까지 전 세계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유엔의 결의) 등 이슈들은 따로 떨어진 게 아니며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는 문제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후변화-새천년개발목표 및 세계관광'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 발제자로 참가했다.

라힘 마샤히 이란 부통령, 프란체스코 프란지알리 세계여행기구(UNWTO) 사무총장, 도영심 UNWTO 스텝재단 이사장 등 국내외 인사들과 함께 기후변화가 세계 빈곤퇴치 노력 등 과제를 논하기 위해서다.

삭스 교수는 10억 인구가 현재 일상적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매년 30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기아로 사망하고 있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이 빈곤국 국민들을 덮쳤음에도 선진국들이 이들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금융기관들을 구제할 수조 달러는 있으면서 빈곤국 국민들의 굶주림을 달래기 위한 수백만 달러는 없다고 발뺌하는 게 아니꼽다는 지적이다.

그는 "베냉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은 0.3톤, 세네갈은 0.4톤 정도임에 비해 미국 국민들은 이보다 50~60배 많은 2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데도, 정작 베냉·세네갈 등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수자원 고갈이나 식량부족 등 기후변화의 결과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25년간 선진국은 빈곤국을 돕겠노라고 핑계만 대왔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한 적이 없다"며 "선진국의 지원약속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빈곤국에 전기·도로·배관 등 기간시설이 이미 확충됐을 뿐더러 빈곤국 공동체들이 무력분쟁에 휘말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삭스 교수는 "빈곤국의 경우 25년마다 인구가 두 배로 폭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가난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식량·수자원 고갈과 질병확산, 가뭄·홍수 심화 등 문제를 초래하면 심각한 글로벌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저지대에 위치해 있음에도 돈이 있어서 수몰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가난한 국가들은 재원이 없어서 둑·제방 같은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없다"며 "빈곤국이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삭스 교수는 금융위기로 촉발된 현재의 전 세계적 경기침체가 저탄소형 경제구조 재편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녹색성장 개념에 관심을 표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그린뉴딜(에너지효율 제고 및 청정에너지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리더가 됐는데 기후변화 대응기술 분야에서도 지도적 위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이 차세대 배터리, 탄소포집저장 기술(CCS,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땅이나 바다에 저장하는 기술, 태양에너지 관련기술 등 청정 기술을 통해 개도국에 대한 지원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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