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씨티 "다 바꾼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9.01.12 10:31

스미스바니 매각 등 구조조정·기업분할 급물살

구조조정 급물살에 휩싸인 백화점식 금융그룹의 대명사 씨티그룹이 기업 분할을 향한 첫번째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 금융 수퍼마켓으로 불리우는 씨티그룹이 금융위기에서 생존하기 위해 증권 부문인 스미스 바니를 모간스탠리에 매각하는 것을 비롯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스미스바니 매각,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씨티그룹 이사회 의장직 사퇴 등을 비롯해 씨티그룹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루빈 전 재무장관은 한때 씨티그룹에서 존경을 받으면 성공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이 좌초하면서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와 함께 윈 비숍 씨티그룹 회장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이사진들이 비숍 회장에 반기를 들면서 회장 교체 논의도 나오고 있다.

루빈이 떠나고 스미스 바니가 매각 절차를 밟음에 따라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 이사진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씨티그룹의 사업부문에 대한 급격한 재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000억달러가 넘는 씨티그룹 자산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고 45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연방 정부 역시 씨티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압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멕시코 은행인 그루포 피난시에로 바나멕스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멕시코 은행 부문 매각은 한때 논의되다 연기됐지만, 최근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씨티그룹은 부실 대출과 부실 자산 등을 따로 때내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부실 자산 매각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씨티그룹의 스미스바니와 모간스탠리의 증권부문 합병은 금융위기로 초토화된 월가에 증권사의 대두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면서 월가의 대변혁은 시작됐다.


스미스바니와 모간스탠리의 합병은 투자은행의 몰락으로 폐허만 남은 월가에 강력하면서도 독립적인 증권사가 탄생한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10년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이 증권회사들을 삼키면서 월가에서 독립 증권회사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이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몰락하면서 다시 순수한 증권업을 담당하는 증권회사들이 재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월가의 매우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팬디트가 씨티그룹 구조조정에 실패했다는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CEO로 취임한 팬디트는 냉정한 시각으로 구조 개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팬디트는 이후 구조조정보다는 금융왕국 씨티그룹을 지키는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스미스바니 매각안이 처음 나왔을 때 반대한 이도 팬디트였다. 팬디트는 지난해 11월 21일에도 "증권사업부문을 사랑한다"고 밝히며 스미스바니 매각 의사를 거부했다. 팬디트는 구조조정에 너무 늦게 움직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바니가 결국 매각 수순을 밟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연방 정부가 씨티그룹에 대해 사업부문 축소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부 고위 경영진들 역시 백화점식 사업 구조를 유지하려는 팬디트의 전략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스미스바니 매각은 샌포드 웨일 때부터 유지돼오던 씨티그룹의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씨티그룹은 1998년 씨티은행과 트래블러스그룹과의 합병을 통해 창립됐다. 이후에도 무수한 합병을 통해 종합 금융그룹의 위상을 쌓아왔다.

그러나 팬디트의 잘못된 경영판단에도 그가 경질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다지 크지 않다. 그가 어려운 시기 회사를 맡았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와 스미스바니가 합병할 경우 직원 1만9000명에 달하는 거대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회사는 향후 3년간 더 많은 증권회사들을 통합할 것으로 보인다. 양 회사의 합병은 직원 1만6000명의 메릴린치를 넘어서는 거대 증권사 탄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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