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09일(12:2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지난해 환율 폭등을 야기했던 단기 외채와 은행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푼 데다 미국·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왑 계약 체결로 대외 외화 공급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외화조달 여건도 다소 개선되는 양상이다. 아직 장기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국제금융시장의 경직됐던 분위기는 다소 풀렸다.
그러나 불안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은행들의 중장기 외화조달 능력은 확실히 떨어졌고 금방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스왑시장의 지표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이 끊기면 국내 금융회사들이 곧바로 달러 부족 상태에 빠질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미 통화스왑과 외환보유액이 '달러우산'..단기 외화사정 'not bad'
지난해 10월 이후 국내 은행들은 부족한 단기 외화자금의 상당부분을 정부와 한국은행에 의존했다. 정부는 외평기금에서 수출환어음 매입 용도로 이미 80억달러 이상, 한은은 스왑 경쟁 입찰과 한-미 스왑자금 대출로 200억달러 이상을 국내 금융회사에 풀었다.
외환보유액이 계속 풀리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 사정은 상당히 좋아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 비율이 98%에 육박하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해외 금융회사에서 차입은 쉽지 않지만 국내 은행들이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 현재로는 외화 사정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단기 외화가 오히려 남아돌 정도였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들은지난해 4분기 이후 외화 콜시장에서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급전이 필요했던 곳은 본점에서 차입이 불가능해진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이었다.
외화자금중개사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 대부분이 리먼 사태가 터진 이후 외화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외화 자금 사정에 더욱 더 여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불씨는 살아 있다.
그러나 시장의 외화 유동성 관련 가격 변수들은 아직 정상을 찾지 못했다. 외화자금 사정과 마찬가지로 단기쪽에는 온기가 뻗치고 있지만 중장기쪽은 여전히 냉기가 강하다.
단기 외화자금 시장인 FX스왑시장에서 스왑포인트(선물환율-현물환율)는 정상적인 수준(내외 금리차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고 있다. 그러나 리먼 파산 사태 이전으로의 복귀는 아직 멀어 보인다. 작년 상반기 플러스 반전으로 호전의 기미가 보이던 1개월·3개월 스왑포인트는 리먼 사태가 터지자 곧바로 마이너스로 돌아섰었다.
단기 외화 자금 시장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달러/원 장기 스왑시장인 통화스왑(CRS) 금리는 리보(LIBOR) 하락 폭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게 내려 온 상태다.
1년 만기 CRS 금리는 아직도 1%에도 못 미치고 있고 3년 만기 CRS 금리도 지난 9월!% 후반으로 추락한 이후 정체 상태다.
통화스왑 금리는 리보로 달러를 받는 대신 제공되는 원화에 대한 고정금리를 의미한다. 원화에 비해 달러가 남아돌면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부족해지면 금리가 내린다. 지난해말 뚝 떨어졌던 금리가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장의 달러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시중은행 외화자금 담당 한 관계자는 "외화 자금 사정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니다"며 "국내 외화 유동성은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외화유동성 위기가 재발했을 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해외자산 포트폴리오가 턱없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외화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별로 없다.
외국은행에서 차입하거나 해외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과, 외환시장이나 스왑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매입하는 길 뿐이다. 결국 외화유동성 위기가 처하면 또다시 외환보유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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