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당신의 삶에 약이 되고 있나요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 2009.01.12 09:42

[2030 성공습관]유머는 '삶의 양념'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정계 은퇴 이후 80세를 넘겨 한 파티에 참석했을 때의 일화다. 어느 부인이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그에게 이런 짓궂은 질문을 했다. "어머, 총리님. 남대문이 열렸어요. 어떻게 해결하실 거죠?"

그러자 처칠은 "굳이 해결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미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렸다고 밖으로 나올 수가 없으니까요"라는 조크를 해서, 자신의 위기도 모면하고 주위 사람들도 웃음 짓게 만들었다고 한다. 난처한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유머의 능력이야말로 처칠이 가진 성공의 언어 중 하나인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1971년 9월 조선소 설비자금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정주영 회장이 마침내 영국 버클레이 은행의 부총재와 면담하게 됐을 때의 일이다. 부총재가 물었다. "당신 전공이 무엇입니까" 소학교만 나온 정 회장에겐 전공이 있을리 없어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부총재가 다시 물었다. "전공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기계공학? 아니면 경영학?"

정 회장은 마음을 추스리고 태연하게 "내 사업계획서는 읽어보셨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부총재는 "물론이오"라고 짧게 답했다. 그제서야 정 회장은 환한 웃음과 함께 "내 전공은 바로 그 현대조선 사업계획서요"라는 위트 있는 대답을 했다.

부총재와 참석자들은 의아한 듯 서로를 둘러보다 이내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부총재는 "당신은 유머가 전공이군요. 당신의 유머와 사업계획서를 함께 수출 보험국으로 보내겠소"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저돌적인 CEO로만 그려지던 정주영 회장도 적절한 위트로 상황을 반전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유머는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경영자들은 유머있는 인재를 더 선호하고, 인간관계 좋은 사람들은 대개 유머에 좀 더 능하다. 유머는 웃기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와 공감하고 편하게 어울릴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연애 잘하는 사람들은 대개 유머에 능하고, 유머에 능한 개그맨들은 상대적으로 더 예쁜 미인들을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못생긴 사람과는 살아도 재미없는 사람과는 못산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인지 못생긴 개그맨들의 배우자를 보면 대개 미인인 경우가 많다.


유머는 개그맨이란 사람들에게만 무기인 게 아니다. 정치인, 경영자를 비롯해서 직장인, 교육자 등 남 앞에서 얘기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 모두에게 무기다. 그런데 전문가들 중에 유머스러운 사람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의 얘기는 너무 딱딱하고 생경할 때가 많다. 아마 전문가들이 유머를 좀 더 잘 구사하게 된다면 그들의 책이나 강연이 훨씬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과거의 달변가들이 일방적이고 호소적인 '설득형'이었다면, 요즘의 달변가는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반론을 펴며 유머러스한 '대화형'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개그맨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잔뜩 외워서 써먹으라는 얘길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성공의 언어에서 웃기는 개그맨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감각과 여유, 순발력을 가지길 바라는 것이다. 폭소가 아니라 가볍게 미소 짓거나 흐뭇해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유머가 약이 되는 사람과 독이 되는 사람이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K 과장과 벤처기업 대표인 P는 둘 다 유머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K와 P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K는 유머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경쟁력이 되지만, P는 오히려 유머 때문에 가치를 떨어뜨리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둘의 차이라면 K는 꼭 필요할 때만 유머를 구사하지만, P는 수시로 유머를 구사하려 한다. 사적인 술자리에서는 유머가 과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사회적 관계에서의 유머는 과유불급이어서, 안 쓰는 듯 적절히 쓰는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약이 되는 사람의 유머는 자연스러움과 시의적절성이 전제된다면, 독이 되는 사람의 유머는 분위기 파악 못함과 함께 유머에 대한 강박증이 있다.

당신에게 유머는 약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독이 되고 있는가? 유머가 경쟁력임은 누구나 안다. 이제 당신이 그 경쟁력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다시 되돌아보자. 우리에겐 웃기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를 미소짓게 하고, 상대가 나를 재치있고 센스있는 사람이라고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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