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황 안간다, 韓 경쟁력 회복"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1.11 14:52

제프리 삭스 신년 인터뷰


-금융위기 반복 막으려면 '4가지 기본' 충실해야
-미 실업률 15%는 안넘을것, 내년 경기회복 예상
-한중일 공공투자 통화스와프 확대필수
-경기부양 필요하지만 '제로금리'는 과도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문제는 패닉에서 비롯된 것"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겸 지구연구소장은 한국의 경제 상황은 구조적 문제가 아닌 패닉에서 비롯된 것이며 한국 경제는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삭스교수는 12일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기후변화포럼'에 참석하기 앞서 머니투데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역시 심각한 침체를 겪겠지만 공황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글로벌 위기의 재발을 막으려면 금융 중개회사, 최종 대부자(중앙은행), 예금 보험, 감독 등 네가지 금융의 '기본'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고 싶진 않지만 미래를 이야기하자면 끔찍했던 지난해를 거론하지 않을수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미국 경제가 이처럼 급격히 심연으로 떨어진데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단순히 월가의 탐욕과 이를 제어하지 못한 감독실패 탓인가, 아니면 '비이성적 풍요'에 취해 번 것보다 더 많이 써댄 일반 대중들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위기의 원인을 요약하자면?

▶기본적으로는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월가의 '그림자 은행 체제(shadow banking system:일반 은행이 아닌,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이 자본을 조달,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에 운용하는 체제)'가 90년대와 2000년대에 확산돼 왔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과도한 금융완화정책은 여기에 불을 지폈다. 다시 말해 최근의 위기는 부적절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버블이 터지면서 월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들의 건전성이 악화됐고,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로 패닉이 몰아닥쳤다. 금융권의 열악한 재무상태는 전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더욱 심화됐다.

금융위기 반복 막으려면 '4가지 기본' 충실해야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이같은 위기가 다시 발발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수 있다고 보나. 건전한 경제를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수십년간 반복된 위기의 근원에는 금융규제완화와 (금융상품의)혁신이 놓여있다. 그때마다 나타난 규제완화와 '혁신적인' 상품개발은 부주의와 탐욕, 부패, 위험에 대한 무감각을 이끌었다.
이런 현상의 반복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본이 튼실한 금융 중개회사, 최종 대부자(중앙은행), 예금 보험, 감독 이렇게 네가지 금융의 '기본(basics)'을 지키는 것이다.
정치경제 사이클(political business cycle)에 휘둘리지 않는 거시경제정책도 절실하다. 지금은 이 모든게 도전받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모든게 완전히 달성될수는 없으며, 금융안정은 항구적인 실체가 아니라 '목표'일뿐이다.

=말씀대로 금융안정은 '이상'일뿐이다. 지금도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금리가 낮아지고, 대출기준이 완화되면서 새로운 버블이 월가에서 자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과도한 통화팽창과 재정정책은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고 본다. 금융정책이 유동성 경색 해소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를 위해 금리를 꼭 '제로'로 낮춰야 할 필요는 없다.
재정정책은 공공투자를 통해 경기회복 계기를 마련해야 하지만 중기적인 예산 균형을 파괴해서는 안된다. 부양책을 쓰더라도 5년정도 뒤에는 균형예산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완만한 확장정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인플레이션과 예산위기를 초래할 무분별한 확장은 피해야 한다.

='자유 시장주의(Free market dogma)'는 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원인 가운데 하나로 볼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정부 통제하의 경제가 성장과 효율성 면에서 갖고 있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정부의 역할은 어때야 한다고 보는가.

▶절충이 필요하다.
정부가 해야할 필수적인 역할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하면 △ 거시경제안정, 금융시장 및 금융상품 안전성 감독 △기본적인 보건 교육 의료 연금 빈곤탈피 보장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고수준의 인프라 △지속가능한 환경 △과학 기술 혁신의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북유럽 국가처럼 이미 부유한 나라들은 이같은 역할을 하기 위한 정부의 지출(과세)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정도는 되야 할 것이다. 이머징마켓은 이보다 조금 작을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구제정책(bail-out) 없이는 미국 경제가 침체나 공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의 구제자금 지원은 건전한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구축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 자동차 산업 구제는 미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외국 자동차업체들을 차별하는 결과가 될텐데.

미 실업률 15%는 안넘을것, 내년 경기회복 예상

▶정부의 구제정책은 위기가 단기적이고 해결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고질적인 것이고 해결책이 없는 문제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기업들을 구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GM 포드의 경우처럼 세계 최고 기업(world leaders)들이 일시적인 압박에 직면해 있고, 중요한 기술혁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면 이들을 무너지게 하는 것보다는 구제하는게 낫다.

=미 정부도 그런 논리로 구제정책과 경기부양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 경제가 최소한 공황은 피할수 있을것 같은가. 대다수 업계나 학계전문가들은 올해까지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미국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다. 하지만 공황은 아닐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실업률이 25%에 육박했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10%에는 도달하겠지만 15%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이 되면 경기회복의 신호들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위기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취해야 할 정책적 대응은 어떤 것들인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정부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질수 있고, 글로벌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재원확보의 문제도 없지 않은데

한중일 공공투자 통화스와프 확대필수

▶한 중 일은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저소득층 주택, 도로, 발전, 위생설비, 저공해 에너지 자원 등의 분야에 대한 정부투자 확대를 위해 정책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공공투자가 시급한 부문이 많이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민간투자 감소에 대응해 공공투자를 늘려야 할 시점이다.

이들 국가가 밀접하게 협력한다면 재정정책을 확대할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본다.
한중일은 또 중앙은행간에 대규모 통화스왑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거시 경제정책도 협력해야 한다.
특히 환율(엔화강세)과 외환보유고 면에서 장기 개발 재원 공급능력이 가장 큰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 대규모 투자 재원을 제공해야 한다. (한 중 일 지역의)재원이 부족하지는 않다. 문제는 적절한 개발정책에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돈을 빼내가면서 원화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통화대비 급격히 평가절하됐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으로서는 다시 당시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수 없는데.

▶한국 경제는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수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통해 보호받고, 혹은 일본으로부터 장기 자금을 제공받는다면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패닉'이지 구조적 취약성이 아니다.

<삭스 교수는 누구?>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삭스교수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와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현실 참여형 석학'으로 꼽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특별고문으로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빈곤의 종말'로 유명하며 지난해 출간한 '공통의 부'는 취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정책구상을 위해 탐독한 걸로 유명하다.
아시아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으며, 1990년대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취한 가혹한 정책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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