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결국 씨티에서 '불명예 제대'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1.10 07:22

(상보)고문직 사퇴, 금융위기 책임론 굴복...영향 여전

로버트 루빈(사진) 씨티그룹 선임 고문이 결국 씨티를 떠나기로 했다.

씨티그룹은 9일(현지시간) 이날부로 루빈이 고문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는 이날 성명에서 루빈이 주총때까지 이사직은 유지하지만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 회장은 "루빈은 씨티에서 10년간 가치를 따질수 없는 큰 기여를 해왔다"며 루빈의 사퇴를 확인했다.

루빈 고문의 사퇴는 씨티그룹 이사회의장으로 씨티그룹의 부실화와 금융버블 확대를 조장했다는 비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07년 후반 이후 금융위기가 가속화되고 씨티의 부실이 확대되면서 루빈 고문은 끊임없이 퇴진압력을 받아왔지만 씨티를 떠날 의사가 없다고 밝혀왔다.

루빈은 씨티그룹의 경영악화는 금융시스템의 문제때문이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특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룹부실은 위험관리 담당 집행 임원들의 책임일뿐 이사회는 세부적인 내용을 알수 없다"고 발뺌하기도 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씨티그룹이 2004년 후반 이후 공격적으로 자산을 확대, 오늘날의 부실을 초래한데는 당시 이사회 의장이던 루빈의 판단이 중대한 작용을 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루빈은 2007년말 찰스 프린스 회장이 부실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팬디트 현 회장을 옹립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씨티 그룹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씨티의 공식 발표에 앞서 루빈의 사퇴를 처음 보도한 월스트리트 저널은 측근의 말을 인용, 루빈 고문이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지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클린턴 행정부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루빈은 재임중 금융기관 규제완화 정책을 적극 주도했으며 1999년 씨티 공동 회장으로 영입된뒤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재직시 스톡옵션을 제외하고도 1억1500만달러의 보수를 받은 점도 끊임없이 언론에 회자됐다.

씨티그룹은 지난 한해동안 20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 정부로부터 최소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구제금융 지원으로 미 정부는 지분 7.8%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됐으며 씨티는 정부로부터 주요 의사결정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실상의 '공기업'이 됐다.

비록 '불명예 제대'를 한 셈이 됐지만, 그의 퇴진이 '완전한 은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월가 전문가는 거의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팀은 이른바 '루빈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로 채워져 있을 정도로 루빈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로랜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내정자,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 등은 모두 클린턴 행정부 당시 '신자유주의' 이념을 주도한 루빈의 경제정책, 이른바 '루비노믹스'를 신봉하는 인사들로 분류된다.

루빈 고문이 앞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비영리 단체 등 '외부활동'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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