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속도조절‥韓銀은 왜?

더벨 황은재 기자 | 2009.01.12 08:38

[BOK Watch]유동성 함정 의식한 듯..증권사에 유동성공급 주목해야

이 기사는 01월09일(16:3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뜻도 비췄다.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것보다 유동성 공급으로 신용경색을 풀어주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공급의 주요 대상이 은행이 아닌 증권사가 될 지 주목된다. 은행엔 엄청난 규모의 여유자금(idle money)이 쌓여 있고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와 은행채에 비해 하락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 다시 등장한 '기대인플레이션'..작년 8월과 올해 1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을 내놓은 표면적인 근거는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이성태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기자회견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인가 아니면 추가 유동성 확대 조치를 내놓을 것인가"란 질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3%로 본다면 지금 기준금리는 이미 기대 인플레이션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들어갔다. 그런 점을 우리가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상반기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외부 압력을 막을 방패로 썼다. 8월엔 정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기대인플레이션을 차단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이 총재의 어조는 단호했다.

"원유 가격이 150달러 갔다가 120달러 밑으로 왔다고 해서 우리나라 물가가, 하반기 물가가, 내년 물가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유가와 물가는 그때와 정반대로 급락하는 상황이다. 물가는 올해 연말 목표범위하단(2.5%)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반면 향후 경기에 대한 한은의 시각은 지난해 8월에 비해 매우 비관적이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비상이 걸렸다고 보고 있다.


경기는 침체일로에 있고 기준금리는 기대인플레이션 아래에 있는 상황을 상상하면 이총재의 '유동성 함정'에 대해 걱정이 자연스레 읽힌다. 기준금리를 성급히 내렸다가 효과는커녕 함정에 빠진다면 뼈아픈 정책실패가 아닐 수 없다.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이 나온 배경이 아닐까.

◇ 글로벌 통화정책 흐름도 '금리인하→ 유동성 공급'

주목되는 점은 세계 주요국가들의 통화정책이 유동성 공급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12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0.25%로 인하했고 지난 5일부터는 모기지 증권을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0.1%까지 내려, 한계에 다다르자 유동성 공급으로 통화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오는 14일부터 4월3일까지 CP와 회사채를 담보로 0.1%의 이자율이 자금을 빌려주는 입찰을 실시해 1조2000억엔을 공급한다.

영란은행도 사상 최저주순인 1.50%까지 금리를 인하한 이후 "가계와 기업의 신용 접근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비 금융부문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같은 선상에서 보면 한은도 통화정책 수단의 무게 중심을 증권사 등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회사채와 CP 투자를 확대시켜 금리 하락에 속도를 더하는 차원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고시금리 발표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CP는 여전히 높아 한은의 유동성 공급 목표는 절반만 달성된 상태이다.

1월 통화정책방향은 "신용위험을 우려한 금융기관의 보수적 자금 운용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 총재도 "회사채와 CP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폭과 다른 채권 금리 등에 비해) 빨리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당분간은 CP 금리 하락속도를 지켜볼 것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CP 등으로 투자의 스필오버(Spilt-over)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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