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한국은행에 물먹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9.01.09 12:07

시장 기대보다 못한 0.5%포인트 인하…조정 허겁지겁

시장이 헛물켰다. 내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이상 인하되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초기 예상치인 0.5%포인트였다. 오르던 코스피는 하락세에 눌러앉았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로 반전했다. 장초반 하락했던 채권금리도 전일 하락분을 일부 반납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심리적 저항선인 1200선을 내준 데 이어 금통위 결정 후엔 장중 118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동반 상승했던 은행주들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고 관망세를 보이던 외국인은 순매도로 방향을 잡았다. 국고채 3년물(8-6), 5년물(804) 금리도 올랐다. 국채선물도 약세로 전환했다.

당초 시장에선 한은이 이날 내린 0.5%포인트 수준의 금리인하를 예상해 왔다. 0.25%포인트를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던 것이 전날엔 0.75~1.00%포인트까지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말이 시장에 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했던 워룸회의(비상경제대책회의) 후 금리인하 폭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란 기대가 번졌기 때문이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시장에 50bp 인하라는 컨센서스가 있었지만 오후 들어 75bp(0.75%포인트, 1bp=0.01%포인트)나 100bp까지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자 시장 참여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에선 한은이 50bp 인하에 그친 데 대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추가 이벤트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실망감도 크다"고 덧붙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난 8일 시장에서 금통위의 금리인하폭을 75bp, 100bp까지로 예상하면서 오버했던 것이 오늘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금리인하에 대한 선반영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며 "그간 많이 올랐던 부분의 해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망감에 기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효과가 기대되는 데다 자금시장의 안정세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우리 금리가 국제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금리인하 여지를 열어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아직 2.50%로 미국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성장률을 감안하면 2%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증시로 시야를 좁히더라도 분위기가 크게 나쁘지 않다. 연초랠리에 대한 조정 과정이 전날과 이날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 상승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종우 센터장은 "오늘 금리인하의 단기쇼크로 증시가 계속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며 "상승을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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