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OB 인수 위해 금융권과 '스킨십'"

더벨 박준식 기자, 전병남 기자 | 2009.01.09 10:01

[롯데의 선택]⑤두산 주류 인수금 외부조달..OB 딜 염두에 둔 전초전 성격

이 기사는 01월08일(11:4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에 이어 유보 현금이 가장 많다는 롯데그룹이 5030억원 규모의 두산 주류 사업 인수를 위해 외부차입을 시도하고 있다.

두산 주류의 인수 주체인 롯데칠성은 자금마련을 위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할 예정이다. 인수금융의 40% 가량을 자체자금이 아닌 외부에서 조달하는 셈이다.

그룹의 전략부서는 이번 딜을 위해 인수자를 롯데칠성으로만 한정했다. 롯데칠성이 2001년 이후 회사채를 한 번도 발행하지 않았고 2005년부터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실천해 왔기 때문에 혼자서도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 롯데칠성 재무현황

실제 롯데칠성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만 368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탄산음료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하면서 음료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 가량 개선됐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4.8%를 기록, 전년 4.4%를 저점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부채비율은 30%대를 넘지 않고 있어 차입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번 딜처럼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인수자가 금융을 일으키는 것은 일반적인 행태. 그런데 그 주인공이 롯데라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 여기서 롯데가 유례없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까닭이 OB맥주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2000년 이후 실행한 13건의 M&A를 모두 자체자금으로 해결했다. 현재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을 합하면 4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특히 롯데는 일본에도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최근 평가절상된 엔화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OB맥주를 인수하겠다고 나설 경우 그동안 롯데가 실행한 M&A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예상 매각 가격이 2조원을 넘는 메가딜이다. 두산 주류에 비하면 네 배가 넘는 규모이고 롯데가 2003년 6월에 인수한 현대석유화학(현 호남석유, 6000억원)보다 세 배나 큰 매물이다.

여기에 매각자인 벨기에 인베브(InBev)는 두산과 비교해 쉽지 않은 상대. 최근 70조원(약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안호이저-부시(Anheuser-Busch) 인수에 성공하면서 유동성 마련을 위해 OB를 내놓은 만큼 최대한 비싸게 팔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롯데가 당초 OB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일관하다가 두산 주류 인수 이후에 말을 바꾼 점도 매각가격 앙등을 막기 위한 수 싸움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강적을 상대하는 만큼 우선 충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국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 경험이 적다. 현금 흐름이 충분한 유통업이 주력사업인 측면도 있지만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일본에서 국채수준의 저리 자금을 조달, 실무적인 스킨십이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이런 취약점은 자체자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메가딜에서는 치명적이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에도 일본에서 3% 이하의 금리로 약 3000억원을 조달했다. 국내은행들이 롯데를 10대 그룹으로 평가하지 않는 까닭도 위상에 걸 맞는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롯데 입장에서 두산 주류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은 OB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짙다"며 "매수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한 이유도 KB금융지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중은행들의 대주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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