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막차 놓칠라”…저축은행 '바글바글'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09.01.13 12:07

[머니위크 기획]고수익을 찾는 사람들

지난 1월5일 프라임저축은행 테크노마트지점. 영업 마감시간을 30분 남기고 있는 오후 4시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점 안은 고객들로 북적인다. 한 구석에 있는 고객 번호표 출력기는 대기고객 수가 ‘40’ 밑으로 떨어질 줄 모른다.

류홍용 프라임저축은행 테크노마트지점장은 “특히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고객 몰림 현상이 집중되고 있다”며 “금리를 8%대에서 7%대로 두차례나 낮췄지만 여전하다”고 말했다.

프라임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지난 12월 초 연 8.6%였지만 최근 들어 7.9%로 한차례 인하한 후 7.5%로 또 다시 낮췄다. 금리를 내리면서 예금 고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도 잠잠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류 지점장은 “보통 오전 11시부터 고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며 “점심을 제대로 먹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 고객을 처리하는 시간도 오후 6시를 넘기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는 프라임저축은행만의 현상이 아니다. 1월 초만 해도 연 8.3%(1년 만기 정기예금)로 가장 높은 금리대를 유지하고 있던 제일저축은행도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고객은 “이 정도 금리가 당분간 최고 금리라 생각해 영업점을 찾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아 서너시간을 기다리고서야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일저축은행은 자금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최근 열흘사이에만 금리를 두차례 인하해 7.9%로 낮췄지만 고객 쏠림은 아직도 여전하다.

HK저축은행도 연 8.4%에서 연 7.6%로 금리를 내렸지만 고객이 줄어들지 않는다. HK저축은행 영등포지점의 경우 방문고객이 하루 평균 200명에서 25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금이 고금리 꼭지

저축은행에 고객의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같은 고금리를 당분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12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단숨에 1%포인트나 인하했다. 이로 인해 6%대까지 나왔던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도 5%대로 떨어졌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일부 저축은행에서 연 9%(복리 기준)의 금리도 내놨지만, 이후 뚝뚝 떨어져 지금은 8%대 금리를 지급하는 곳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월8일 현재 106개 전체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7.33%다. 지난 12월 평균금리가 최고 7.47%였던 것에 비교하면 하락세가 완연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예측되면서 더 늦기 전에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금상품에 막차를 타야겠다는 조바심이 강해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금통위는 9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 한파로 인해 저축은행들의 자금운용이 쉽지 않다는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2.5%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CD금리도 급락하고 있어 저축은행들도 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졌다"면서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이달 중에 6%대 금리를 제시하는 곳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오히려 이달 하순까지 저축은행의 고금리 막차타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만기고객들 줄줄이 재연장

저축은행들이 연말에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고객들로 붐비는 데는 저축은행의 기형적인 예금 만기구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저축은행의 수신을 뜯어보면 1년 만기 정기예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정기예금은 12월과 1월에 대부분 만기가 집중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축은행들은 매년 연말쯤이 되면 만기 고객을 재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조금씩 높이는 조치를 취해 왔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은행이 유동성 부족을 느끼면서 자금 유입을 위해 6% 이상의 금리를 내세워 특판을 실시하기도 했다. 저축은행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지도와 안정성 때문에 2%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격차를 유지하다 보니 8%대 후반까지 금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저축은행들이 금리를 다시 낮춘 이유는 시중은행의 금리가 낮아지기도 했지만, 고금리에 대한 부담감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기고객들이 예금을 빼지 않고 재연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만기 고객 10명 중 7~8명 이상이 재연장하고 있다”며 “최근 금리를 내렸어도 1년 전보다는 높다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추가 인하되더라도 은행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당분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 저축은행에 자금 유입이 많아져 금리가 빠르게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금리 예금 가입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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