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재판장 이동명 수석부장판사)는 8일 김태웅 서울대 교수 등 금성출판사 소속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저자 5명이 금성출판사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출판계약서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개편지시가 있을 때 저작자들은 원고와 자료를 금성출판사에게 인도하고 출판사는 교과서를 수정·개편한다는 약정이 있다"며 "이 같은 약정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명령 범위에서 교과서를 개편하기로 한 출판사가 저작자들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교과부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종 253개 항목을 검토해 55건의 수정권고안을 마련, 지난해 10월말 금성출판사를 비롯한 5개 교과서 발행사에 수정지시문을 보냈다.
이후 출판사들은 지시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전했고 김태웅 교수 등 저자들은 지난달 15일 "출판사가 직권으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며 법원에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김 교수 등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검정을 거쳐 과거 6년간 일선 학교에서 사용된 책을 현 정권의 역사관에 맞게 마구 수정하는 것은 교과서검정제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출판사에는 출판권만 있을 뿐 저작자들의 동의없이 임의 또는 직권으로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며 "무단으로 내용을 수정할 경우 저작인격권 중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 제목을 그대로 유지할 권한인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교과부는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의 검토를 거쳐 금성출판사 등 6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206곳을 수정, 보완키로 최종 결정했다.
수정될 내용은 교과부 권고 53건, 집필진 자체수정 102건, 단순 문구 조정 등 추가수정 51건 등이다.
발행사별로는 '좌편향 교과서'로 낙인찍힌 금성출판사가 교과부 수정권고 38건, 자체수정 26건, 추가수정 9건 등 7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앙출판사가 40건, 두산출판사와 천재교육이 26건, 법문사 25건, 대한출판사 16건 등으로 집계됐다.
주요 수정 사례는 △미·소 군정과 관련해 서로 성격이 다른 사료 비교 △8·15 광복과 연합군의 승리에 대한 부정적 기술 △김일성 정권에 대한 우호적인 기술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 등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각 결정이 났기 때문에 예정대로 교과서를 수정해 3월 새 학기부터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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