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딜은 M&A가 아니다?

더벨 현상경 기자 | 2009.01.08 09:43

톰슨 "리그테이블서 제외"...블룸버그 "대한통운이 대우조선보다 크다"

이 기사는 01월07일(14:2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8년이 마무리되면서 M&A시장에는 온갖 리그테이블이 쏟아졌다. 더벨을 제외하고도 블룸버그, 톰슨 등 4곳 가량이 집계를 했다. 한국M&A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이렇게 다양한 통계가 나올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리그테이블들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

해외매체들 상당수가 작년 한국 최대 M&A 딜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을 '푸대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톰슨로이터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을 아예 M&A거래에서 빼버린 것처럼 보였다. (참고로 대부분의 리그테이블은 인수대금 지급이 완료되지 않아도 MOU 등을 맺은 상대방이 있으면 '발표(Announced)'란 표현으로 실적에 포함시킨다)

한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딜이 깨질 수도 있음을 감안한 고도의 '정성적 평가'였을까.

꼼꼼히 들여다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톰슨로이터가 2008년 4분기 한국 최대 M&A 거래로 잡은 딜은 채 1조원도 안 되는 현대모비스의 현대오토넷 합병이었다.

12월17일 주주총회를 통과한 이 딜은 6일 주식매수청구권 요청이 대거 몰리면서 끝내 무산됐다. 현대모비스와 오토넷의 주가가 낮아 3000억원이 한도였던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무려 2조8800억원에 달한 것.

작년 말 기준으로 보면 현대모비스-오토넷 합병이나 대우조선해양 인수나 모두 클로징 리스크가 높았기는 마찬가지다.

JP모건 등(대우조선해양 인수자문)은 톰슨로이터의 리그테이블에 대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더 흥미롭다. 대우조선해양 M&A(6조3000억원)보다 대한통운(4조1000억원)의 딜 규모가 더 크다고 집계했다. 이유는 환율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한국M&A통계 실적을 달러기준으로 집계한다. 대한통운 딜 클로징이 된 3월7일 달러/원 환율은 949원. 대우조선 MOU가 맺어진 전후 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훌쩍 넘겼다.

결국 원화로는 2조원이나 낮은 딜이 달러로 환산하면 2000만달러나 높은 딜로 '환골탈태'하는 현상이 생긴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대한통운, 대우조선 모두 매각자나 매수자가 국내기관과 기업들이어서 달러교환 수요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황도 모른 채 블룸버그 집계치를 그대로 믿어버린 미국, 유럽 M&A관계자들은 한국에 와서 "대한통운이 가장 큰 M&A였다면서요?"라는 '무식한' 멘트로 창피를 당할지도 모른다.

하긴 해외매체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최근 새로 집계된 일부 국내매체의 리그테이블은 '대우조선해양'만 제대로 반영했다. 나머지 수천억원의 다른 딜이 무더기로 빠져있다.

대금지급 완료 기준으로 골드만삭스를 UBS나 메릴린치보다 월등히 높은 순위에 집계했다.

알려진 바대로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분기의 하이마트, 한누리증권, 하나로텔레콤 이후 이렇다 할 딜을 마무리 못한 씁쓸한 한 해였다.

반면 UBS는 대한통운, 하나로텔레콤, 한국노스케스코그(이들 3개만 합쳐도 6조원을 넘는다), 메릴린치는 대한통운, 스타키스트, 마크로 인도네시아 등으로 상당한 실적을 올린 한 해였다.

UBS나 메릴린치 입장에서는 이 통계를 처음 봤을 때 아마 돌을 씹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리그테이블의 목표는 '누가 누가 잘했나'를 보는 것이다. 어찌 보면 유치한 줄세우기에 불과하다. 그것이 유치해지지 않으려면 정확해야 한다.

그런데도 똑같은 답안지를 두고 누구는 10점을, 누구는 80점을 줬다면 그 순간부터 학생들은 채점자의 '실력'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비밀유지'(CA)가 핵심인 M&A거래에서 실력이란 결국 딜소싱(Deal Sourcing)능력을 말한다.

'채점자' 역시 '학생' 만큼이나 "어느 IB하우스가 어떤 거래를 담당했는지, 키맨이 누구였는지, 실질적인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실력이 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 대충 매긴 성적표는 그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한다.

신뢰는 커녕 약아빠진 '학생'들은 어눌한 채점자들을 되레 역이용하기도 한다.

일부 IB하우스는 주관사도 없었던 수 조원짜리 딜을 두고 "우리가 참여했습니다"라고 자료를 제출한 적이 있었다. 한때 일부 매체들은 이를 그대로 실적에 담기까지 했다.

M&A 시장은 신뢰성과 정확도에 대해서 만큼은 가장 냉정하고 가차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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