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기금, 환율폭등 덕에 적자 줄겠네

더벨 이승우 기자 | 2009.01.08 08:14

재정부 "작년 조단위 이익"…NDF 누적손실 대거 만회

이 기사는 01월07일(16:5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과거 파생상품을 통한 환율개입으로 까먹은 천문학적인 손실을 지난해 대거 만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상치 않게 환율이 폭등하는 바람에 그동안 거래손실이 발생하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포지션에서 거꾸로 수조원대의 이익이 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NDF 등 파생상품시장에 개입해 달러 매입에 나섰으나 국제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3조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당시 NDF 개입을 통한 환율개입 실패는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환율을 더 크게 떨어뜨리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는 등 외환당국에 큰 부담이 돼 왔다.



7일 정부 관계자는 "작년 환율 급등으로 외평기금 NDF 포지션에서 난 이익이 조단위"라며 "그동안 누적된 손실의 상당 부분을 만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평기금이 NDF포지션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환율이 장기 하락추세에서 벗어나 급상승하던 2007년 하반기부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7년 정부 외평기금의 파생거래(NDF) 수입이자는 5107억원이고 지급이자는 3736억원으로 137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정부는 NDF 시장에서 대규모 달러 매수 포지션을 쌓고 있었는데 재작년 하반기 이후 환율이 급등하자 이 포지션에서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2007년 10월31일 900.70원을 기록한 이후 작년말 1259.50원으로 40% 급등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3분기까지만 해도 NDF 포지션의 만기가 도래하면 기존 포지션을 이월하는 데 급급했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매수 포지션을 청산(매도)할 경우 환율 하락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포지션을 이월하면서 거래손실이 쌓여갔다. 이전 포지션 이월 시점과의 환율 차이만큼 손실이 늘어났다.

이렇게 쌓인 손실(파생상품 거래 손익)이 2004년 2조1205억원, 2005년 7990억원, 2006년 6812억원이었다. 3년 동안 총 3조6007억원의 외평기금 적자 요인이었다.

그러나 환율이 상승추세로 전환하면서 정부는 기존 매수포지션을 청산할 기회가 생겼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환율이 연초 1000원을 넘어서면서 정부의 NDF 포지션 청산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환율 상승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지자 NDF 포지션 청산은 환율 급등을 막는 시장개입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환율도 관리하고 그동안 잃었던 기금도 회복하는 꿩 먹고 알 먹는 개입이었던 셈이다.

작년 초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서면서 NDF 포지션 청산은 더욱 적극적이었다. 정부의 NDF 포지션 청산은 환율 급등을 막는 달러 매도 개입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외평기금은 지난 2007년말 현재 기준으로 64조8000억원의 자산에 부채는 91조1000억원으로 26조30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 중이다. 2001년엔 누적적자가 6633억원에 불과했지만 파생상품 포지션에서 본격적으로 손실이 발생한 2004년 15조원, 2005년 18조원, 2006년 26조원을 돌파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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