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한 외국계證 브로커의 쪽지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9.01.07 17:40

외인 6일째 순매수 1년9개월만에 '최장'

-자금 성격?
▶헷지펀드는 거의 없고 롱 머니, 뮤추얼펀드가 대세입니다, 그 중 인덱스 펀드의 규모가 가장 큰 거로 판단됩니다.

-사는 이유?
▶작년에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일단 팔아놓고 보는 매매가 많았으나(특히 한국은 유동성이 좋아 매도 하기 좋았던 시장), 휴가를 다녀와 보니 글로벌 저금리에, 시장에 특별한 일도 생기지 않았고, 특히 한국을 비중축소해놨다가 다시 중립화해 가는 과정으로 판단됩니다.

-사는 종목은? (이유 포함)
▶작년에 언더퍼폼했던 종목이나 업종대표주 섹터, 은행 쪽. 특별히 종목을 산다기 보다는 바스켓매매로 시장을 산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파는 종목은? (이유 포함)
▶작년에 아웃퍼폼했던 종목이나 업종, 통신 등

-한국에만 들어오나?
▶한국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나, 워낙 언더웨이트(비중축소) 상태여서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 됩니다.

- 매도세는 그친 것인가?
▶대규모 매도세는 멈춘 것으로 보이고, 교체매매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 매수세 지속 여부?
▶MSCI 이머징마켓인데스가 현재 607인데 700까지는 계속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가 펀드매니저들에게 보낸 쪽지 내용이다. 현재의 외국인들의 매수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 보낸 것이다. 이 쪽지는 최근 외국인 순매수에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몇가지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외국인일테니 이 브로커는 이쁨(?)을 받을만도 하다.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증시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신용경색과 금융위기, 경기침체 등 '삼재'가 겹치면서 거래소시장에서만 지난해 사상 최대인 33조6034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이 2009년 새해 벽두부터 강한 매수를 보이면서 코스피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7일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5628억원을 순매수했다. 2007년 10월11일 1조6448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인 이후 1년3개월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보였다.

특히 최근 3거래일간 순매수한 금액이 1조2675억원에 달했다. 1200선을 넘기조차 버거워하던 코스피지수도 외국인들의 화끈한 플레이에 이날 1228.17로 뛰어올랐다.

외국인은 지난해 29일부터 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6거래일 연속 매수우위를 나타낸 것은 2007년 4월13일~24일까지 8거래일 연속 매수우위 이후 1년9개월만이다. 당시 외국인은 8거래일간 1조4037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업종대표주를 골고루 섭렵하면서 바구니에 담는 것도 특징이다. 외국인들이 연속 매수우위를 나타냈던 6거래일간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3281억원)를 필두로 POSCO(2016억원), LG전자(1315억원), 한국전력(1015억원), 현대차(947억원), KB금융(841억원) 등 순이다.


전기전자와 철강금속, 전력, 자동차, 은행 등의 대표주를 골고루 사들이면서 업종을 사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를 사들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외국인들의 행동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가 관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일단 외국계증권사들 스스로 한국에 대한 비관론보다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는 대목이 고무적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UBS증권은 "한국의 신용시장과 외환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패닉에서 정상으로 신속히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좀 더 낙관적으로 평가하게 됐다"며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메릴린치도 보고서에서 "1월효과를 믿는다면 한국에 투자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시장의 83%에서 1월 효과가 발생했다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환율 효과까지 겹쳐 가장 크게 1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초점은 이제 외국인들의 매수세 확대에 대한 시기에 맞춰지고 있다.

메릴린치는 이같은 연초랠리 마무리되는 신호로 3가지를 제시했다. 한창 전쟁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이 성사되면 원유와 금 등 국제상품가격의 하락반전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이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지난해 12월28일 이후 국제유가(WTI)는 21% 급등했다. 휴전시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우려가 가미되면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가격이 꺾이면 다시 안전자산에 대한 욕구가 커져 외국인들의 매수 관점도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코스피지수 1300~1350선에서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망했다.

코스피지수 1350선은 지난해 10월27일 장중 892.16에서 51.3% 반등한 수준이다.

전저점에서 절반 가량 반등하면 외국인들도 단기적인 급등으로 인식하고, 매수세를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이 대표는 급격한 매도세 반전은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회복을 위해 8조달러 이상의 돈을 찍어낸 미국의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헤지 차원에서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시장의 주식에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경기침체 우려가 재부각된다면 1350선 부근에서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 대한 매수 저울질을 할 공산이 크다"며 "그렇다 해도 지난해 바구니를 너무 많이 비워놨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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