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펀드, 최악 대비한 안전판"

반준환 기자 사진=송희진 기자  | 2009.01.08 09:51

[CEO인터뷰]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금융위기를 맞아 은행연합회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맞아 건설·조선업체 지원을 위한 대주단 협약을 주도하는가 하면, 은행들의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세부방안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은행들을 위한 '자본확충펀드' 출범에도, 연합회는 보이지 않는 산파역을 수행했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금융소외자 지원을 위한 7000억원의 재원확충을 주도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은행들은 불과 1~2년전 "연합회가 업계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불만이었으나, 이제는 연합회를 무척 신뢰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11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취임하면서 두드러지는 듯 하다.

신 회장은 수출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발로 뛰는 CEO'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해외영업을 위해 본부장들을 직접 대동하고 각국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큰 성과를 올리자 직원들이 직접 붙여준 별명이다. 신 회장의 이런 추진력은 은행연합회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신 회장은 "시중은행과 정부당국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코디네이터(중간 조정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출입은행 시절 얻은 경험과 실무를 바탕으로 여러 현안을 현실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

-은행 건전성이 건설·조선 구조조정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의 경영현황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이를 견뎌낼 체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간 리스크 관리에 힘쓰면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고, 이번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속도와 방향도 적절했다고 본다. 조선이나 건설업체 구조조정은 경영실적에 부담을 주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감내할 수준이다.

다만 은행들이 가랑비에 옷이 젖는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충분한 대비는 필요하다. 중소기업 몇 곳이 쓰러지고, 이후에 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부지불식간에 충격이 누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개연성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은행들은 한동안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은행 자본확충펀드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자본확충펀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은행들은 가능한 한 마지막까지 가지 않는게 좋다. 펀드는 최후의 안전판이라는 얘기다. 주목할 부분은 펀드가 가지는 완충작용이다. 은행들은 펀드지원에 앞서 재무건전성을 높이려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펀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자본확충 펀드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국내 은행들의 기본자기자본(티어1)이나 보완자기자본(티어2) 등 국내은행의 건전성 수치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자본확충 펀드는 혹시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일 뿐이다. 또한 과감한 중소기업과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 들어있다.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나선다면 지금보다 더욱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은행권 구조조정을 논하기는 이르다.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고, 자금난을 겪는 곳도 없다. 자산포트폴리오 재조정과 부실채권 정리작업 등 선제적 대응도 충분한 상태다. M&A를 통한 판도재편 역시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세계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덩치가 작다는 지적이 있으나, 금융위기 상황에선 무리한 외형경쟁이 필요치 않다. 외환위기 때는 부실은행이 나오는 등 절박한 상황이었고, 자연스런 구조조정과 M&A가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금융시장 대책 중 추가로 필요한 게 있다면
▶금융시스템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현재까지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중심으로 한 은행 및 채권시장 지원방안은 훌륭하게 마련됐다. 다만 세부적인 지원방안이 추가로 마련되면 좋을 것으로 본다. 예컨대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같은 시중자금 활성화 방안 등이 병행되면 좋을 것이다. 출자주식 처분이익 등 영업외적인 이익이 급증한 경우는 충당금을 더욱 쌓을 수 있도록 법규를 정비하는 것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은행들의 자금난이 풀리는 듯 하다
▶외화유동성을 비롯해 중장기 자금조달이 서서히 회복될 조짐이 있다. 우선 중장기 해외자금차입이 풀리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쪽에서 자금조달이 시작되면 시중은행으로도 시장이 열릴 것이다. 다만 은행들이 주목하는 건 단기외화자금 시장이 어떻게 변하느냐는 점인데, 이는 조금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융노조가 금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금융노조를 비롯해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재벌의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지향점이 같은 경우고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지급결제 등에서는 금융노조와 은행권이 시각이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노사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의지해야 하는 존재다.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선 역할분담을 하고, 논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 노사가 행동에 앞서 의견을 개진하고 어디에 무게추를 둘지 얘기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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