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적 합의…잃은 것과 얻은 것은

심재현 기자 | 2009.01.06 21:10
- 한나라당 지도부 타격…내부 분란 친이·친박 갈등으로 비화 조짐
- 민주당 지도부 위상·내부 단결 강화…협상카드 소진 부담감도

여야가 20여 일간 계속된 국회 파행 끝에 쟁점법안 처리에 극적 합의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손익 계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의 '개혁법안'을 추진할 토대를 마련했지만 강경론과 협상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명분과 실리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이(친 이명박)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수적 우세를 앞세워 쟁점법안 강행 처리를 고집해 원내지도부의 지도력에 타격을 입혔다. 강경파는 야권과 협상을 주도한 홍준표 원내대표가 너무 많이 양보하며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기류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국회와 관계를 감안해 속내를 표현하지는 않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게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적 우위에 있으면서도 이번 법안전쟁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뒤늦게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당내 강온 갈등은 친이 대 친박(친 박근혜)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당내에선 자성론까지 나오고 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나라당은 172석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실한 의심이 있다"며 "친이와 친박 모임'처럼 돼버렸다는 것이 국민들의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으로선 '국민통합'을 강조하기에 앞서 당내 계파 갈등부터 봉합하고 통합을 이뤄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특히 거대여당의 위상에 맞는 협상력과 야당에 대한 설득력 부재는 두고두고 비판의 빌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본회의장 점거라는 강수를 두면서 국회 폭력사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로텐더홀 농성 자진 해제라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며 강온전략을 적절하게 구사, 주도권을 장악했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 한나라당과 합의 가능한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고 제안, 김 의장의 직권상정 포기 발표를 이끌어내면서 한때 흔들리는 듯 했던 지도력을 새롭게 평가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MB(이명박 대통령) 악법'으로 명명한 쟁점법안 처리 저지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12일간 이어간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통해 당내 단결력도 높이면서 당 안팎으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실제로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주(지난해 12월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도가 24.3%로 나타나 한나라당(33.3%)과의 격차도 9%포인트까지 좁혔다. '대안야당'이라는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야성을 회복하면서 이탈했던 '집토끼'(지지층)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번 '수성전'에 이어 이제부터 시작되는 '협상전'이 진짜 싸움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법안전쟁에서 점거 농성이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에 다른 현안이 불거졌을 때 더 강경한 전략을 쓰기 어려워 운신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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