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공략 고삐 "위기를 기회로"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9.01.07 11:12

정몽구 회장 "독창적 판매확대 방안 추진하라"...다양한 마케팅 카드로 승부

'위기를 기회로'

현대자동차가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을 비롯해 경쟁 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는 틈을 타 미국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대비 48% 급감한 2만4037대를 파는데 그쳤다. 연간 누계로도 40만174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대비 14% 줄었다. 기아차도 지난해 미국 판매량이 전년대비 10% 가량 줄었다.

금융위기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자동차 대출 조건 강화 등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가 급격히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자동차 수요는 2007년 1614만대에서 지난해에는 1200만대로 약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이처럼 고전한 반면 중국시장에서는 지난해 29만4508대를 팔아 전년 대비 27.4%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인도시장에서도 전년보다 22.4% 늘어난 24만5397대를 판매했다. 미국에서의 부진을 중국과 인도에서 만회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시장에서의 부진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는 판매가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점유율이 3.1%로 오히려 0.2% 포인트 높아졌다. 기아차도 2%대를 돌파한 것으로 보여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사상 처음 5%벽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국의 '빅3'를 비롯해 주요 글로벌 메이커들이 현대·기아차보다 오히려 더 고전을 했다는 증거다. 일본의 토요타조차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대차 입장에선 경쟁사들이 함께 '헤매고 있는' 지금이 곧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판매부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카드'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어렵고 경쟁사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과감한 홍보·마케팅 전략을 펼쳐 브랜드 인지도를 한 단계 높이자는 포석이다.

현대차 미국법인(HMA)이 이번에 선보인 '보장서비스(어슈어런스:Assurance)'는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을 연상케 하는 파격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고객들이 대출이나 리스를 통해 차를 산 뒤 1년 안에 실직 당했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차를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경우 이를 되사주는 제도. 경우에 따라 경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다.

현대차는 10년 10만마일 보증 서비스 도입 당시에도 "향후 경영에 큰 부담을 줄 것"이란 반대여론에 부닥쳤으나 정몽구 회장이 직접 "고장나지 않는 차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바 있다. 정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도 “판매 확대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과거의 '10년 10만마일 품질보증'과 같은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판매확대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대적인 광고 판촉전도 "판매확대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정 회장의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슈퍼볼 광고와 함께 미국 GM이 독점해 왔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원광고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국 메이커'로 한발 더 다가서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소비 침체에다 유동성 공급문제가 같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미국 시장 내 수요 감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소형차 중심의 제품군을 갖춘데다 환율 등으로 가격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하반기 이후 미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이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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