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중 "오빠 뭐해?"… 악! 내 메신저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9.01.07 09:49

[신입사원 생존백서-아찔했던 순간]①

편집자주 |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고달픈 시집살이 얘기만이 아니다. 직장생활도 마찬 가지. 대학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지만 '고생 끝 행복 시작'은 '표어'일 뿐 곳곳이 지뢰밭이다. 머니투데이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직장생활 적응 노하우를 '사회 선배'들의 경험담을 통해 알아보는 기획, '신입사원 생존백서, 아찔했던 순간'을 마련했다. 기업들도 어렵게 뽑은 인재를 놓치지 않으려면 꼭 알아둬야 할 이야기다.

①메신저는 '제2의 입'

"아~이놈의 입방정".
무심코 내뱉은 말로 후회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나마 단순 실수는 애교로 넘어가지만 때론 예기치 않은 '설화(舌禍)'의 주인공이 돼 수난을 겪기도 한다. 남의 입방아에 쉽게 오르내리는 직장생활에서 말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입단속'은 직장생활 성공 노하우의 제1 수칙이다.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테크놀로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은 입단속만큼 '메신저 단속'도 잘 해야 한다. 하루 일과를 컴퓨터로 시작해 컴퓨터로 끝내는 요즘 직장인들에게 메신저는 '제2의 입'이다.

말보다 메신저를 통해 업무상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피스 메신저족(Office Messenger族)'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괜한 '챗화'(chat+禍)'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메신저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이놈의 손가락'을 탓하는 순간 이미 때는 늦었다.

#올해 국내 화장품 대기업에 입사한 김씨(가명)는 아직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입사 후 처음으로 회의 시간에 프리젠테이션을 맡게 된 김씨. 몇 날밤을 고생하며 열심히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마침내 'D-day'는 돌아오고 김씨는 심호흡으로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진지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발표에 집중하다 보니 이내 떨리는 마음도 사라지고 프리젠테이션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순간.

회의실 프로젝션 화면 한 가득을 채우며 뜬 메신저 대화창의 한 마디. "오빠~우리 오늘 말이야..."

회의 때 김씨 본인의 컴퓨터를 이용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데 네이트온 로그아웃을 하는 것을 깜박 잊었던 것.

한창 '진지모드'였던 회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썰렁해졌다. 다행히 팀장님이 실소를 터트리면서 대충 분위기가 수습됐지만 사회 초년병인 김씨에게 그때 경험은 최고의 아찔했던 순간으로 남아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하나씩 있기 마련. 중소기업을 다니는 20대 여성 직장인 이씨도 여자 팀장과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궁합'에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그날도 아침부터 시작된 팀장의 잔소리에 잔뜩 뿔이 난 김씨.

넋두리라도 해서 속을 풀어야겠다 싶어 동병상련의 처지인 동기에게 메신저를 날렸다.

"아침부터 팀장이 나 잡아먹을라 그래"

반응은 묵묵부답.

화장실 가느라 자리를 비웠나 생각하고 다시 일을 하고 있는데 팀장이 이씨에게 와서 하는 말.

"내가 그렇게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이씨가 메신저를 쪽지를 보냈을 때 동기는 화장실에 가고 자리에 없고 그때 동기 자리에 자료를 받으러 온 팀장이 메신저를 보고 만 것.

웃지도 울지도 못할 변명, 해명에 이씨는 한참 진땀을 흘려야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조모씨.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일을 하다보니 컴퓨터는 하루 종일 붙들고 사는 단짝중의 단짝.

출근해서 습관처럼 메신저를 켜놓고 일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친구가 접속해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각종 이모티콘과 육두문자를 날리며 오랜 친구에 대한 반가움을 표시했는데. 헉! 동명이인인 팀장에게 쪽지를 날렸다는 것을 안 순간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전자·전기분야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씨도 메신저에 얽힌 찜찜한 기억이 있다.

기술 보안이 생명인 업종인 만큼 사내에서 MSN, 네이트온 등 일반 메신저 사용은 금지돼있고 사내 메신저만 사용 가능하다.

메신저로 업무상 의사소통을 하는 분위기라 '사장님'도 메신저 대화 상대로 추가했다.

대화 상대 추가 요청에 다행히 '친절한 사장님'이 수락해 박씨의 메신저 대화 상대 목록에 사장님이 등록됐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박씨는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만 사장님을 대화 상대로 추가한 사실을 알고 괜한 '돌발행동'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

메신저가 사내 커뮤케이션으로 많이 사용돼도 사장, 임원과의 소통은 '면대면' 보고가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사내 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회사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도 MSN, 네이트온 등 일반메신저보다 사내 전용 메신저가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화학업종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씨도 지난해부터 도입된 사내 메신저에 한창 재미를 붙였다.

하루는 동료에게 일명 '성인물'이라는 불리는 사진 파일을 메신저로 보냈다. 점심을 먹고 와서 나른해진 가운데 당시 유행하던 사진을 돌려보게 된 것.

기뻐할 동료의 얼굴을 떠올리며 회심의 미소의 짓고 사진 전송을 클릭하는 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동료에게 보낸다는 게 여자 과장님께 보내 버린 것. 남자 과장님에게 배달사고를 냈다면 결과적으로 '칭찬'(?)을 받을 수도 있었던 일인데 하필 여자 상사에게 보내 '변태 신입'으로 찍힐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요즘 사내 의사소통을 위한 메신저 사용은 갈수록 일반화되고 있다.

실제 채용정보 검색사이트 '코리아잡서치'가 20대 직장인 42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5.4%가 소위 업무 수행시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적절히 활용한다'는 대답이 49.6%, '가끔 활용한다'는 대답이 12.2%였다.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메신저 사용이 일반화될수록 '배달사고'도 늘고 있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의 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업무 중 메신저를 사용하면서 실수를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수 유형으로는 '대화상대 선택 실수'(51.9%)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잘못된 맞춤법 사용, 파일전송 실수, 대화상대 모르는 체 대화, 상대방 험담 등이 뒤를 이었다.

자주 실수하는 대상은 동료가 52.2%로 가장 많았지만 상사(17.3%), 거래처(11.9%), 임원(5.5%) 등이라는 대답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메신저 실수 후 '수습'은 주로 어떻게 할까. '메신저를 통해 사과를 했다'는 의견이 45.4%로 가장 많았고 '직접 찾아가서 사과했다'가 24.4%,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는 의견도 1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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