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옐로스톤 산불 다 끄지 않는 이유

머니투데이 유승호 산업부장 | 2009.01.07 11:46
#산불이 나무의 생장을 돕기도 한다. 미국 국립공원 옐로스톤에 서식하는 로지폴이란 소나무의 솔방울은 산불의 열을 이용해 터진다. 녹아내린 송진을 타고 씨앗이 더 넓게 퍼진다. 산불은 죽어 쌓인 나무들을 태워 살아남은 나무들이 번성하도록 해준다.

더글러스퍼라는 소나무는 두꺼운 껍질을 갖고 있어 산불이 숲을 청소하는 동안 내부를 보호한다. 한국에서 '미송'으로 불리는 이 소나무는 불탄 숭례문의 대들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옐로스톤 숲의 나무들은 평균 300년에 한 번꼴로 불을 만난다. 그곳 소방관들은 모든 산불을 다 끄지 않는다. 불도 생태계의 일부로 인정한다. 소방관들은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거나 통제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불만 진압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버려둔다. 지난 30년 동안 300번 이상 산불을 내버려뒀다.

산불이 청소해주지 않으면 숲은 재앙을 잉태한다. 잡목들이 지나치게 쌓이면 통제 불가능한 산불의 연료가 된다. 옐로스톤 숲은 1988년 7월에 시작돼 눈이 불꽃을 덮을 때까지 반년 동안 불탄 적이 있다.

#경제위기가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으로 옮겨 붙었다. 지구촌 곳곳을 기웃거리는 화마의 혓바닥이 한국경제를 향해 날름거리고 있다. 한국 돈의 가치가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이 추락했다.

주식ㆍ펀드투자자들의 애간장이 다 탔다. 시커멓게 잿더미가 됐다. 그러나 위기가 경제생태계의 일부라고 인정한다면 이제 주식 살 때가 가까워졌다 할 수 있다. 지난 3~4년간 금융권에 쌓인 탐욕의 잡목들이 청소될 때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부실청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가며 투자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산불이 제대로 지나간 곳에 기회가 있다. 10년 전 환란 직후 그랬다. '퇴출'이란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뒤 증권주, 건설주들이 폭등했다. 어느 골짜기가 설 타 잡목이 여전한지, 기름진 잿더미가 가득한 곳이 어딘지 살피는 고수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산불이 대재앙으로 커질까 하는 우려가 있다. 산불이 통제범위를 벗어나면 재앙이 된다. 무엇보다 소방관들의 행태가 미덥지 않은 측면이 있다. 숲속 저수지(은행)에 잡목들이 가득차 기능 마비 상태인데 저수지 물을 퍼다 숲에 뿌리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니 답답하다. 모든 저수지에 물을 가득 채워주고 온 산에 물을 뿌리면 불이 꺼질 것이란 안이함도 보인다. 설 뿌린 물은 불길만 더 거세게 만들 수 있다. 큰 불에 앞서 작은 불을 지르는 등의 기술적 민첩성도 아쉽다.

#위기감이 커질수록 긍정의 힘이 필요하다.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며칠전 TV에 출연,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소득이 2만달러 넘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 개일 것같냐"고 물었다. "6개밖에 없다"가 답이었다. 한국이 지난해 소득 2만달러에 달하고 인구가 5000만명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어느덧 'G7'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스스로 너무 얕볼 일이 아니란 얘기다.

산불을 생태계의 일부로 인정하는 '타산지화'(他山之火)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위기 속에 숨어있는 축복을 발견해내는 긍정의 눈으로 올해 모두 부자 되시기 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오물만 들어 있는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2. 2 손웅정 변호사에 '1억 리베이트' 제안한 학부모… "형사 문제될 수도"
  3. 3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4. 4 '드릉드릉'이 뭐길래?…임영웅, 유튜브에서 썼다가 댓글 테러 폭주
  5. 5 "입맛 뚝 떨어져"…즉석밥 뒤덮은 '곰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