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춤 추는 정부 회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9.01.05 13:55

서별관회의 공식화 한달도 안돼 유명무실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부처간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인 각종 정부 회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외환위기보다 더 엄혹할 수 있다는 경제위기에 맞딱드린 상황에서도 구심점없이 '우왕좌왕'하는 행태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회의를 남발하면서 회의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선언하면서 신설키로 한 '비상경제대책회의'도 이 같은 지적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9일 매주 화요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리는 '서별관회의'(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경제금융점검회의'로 명명해 공식화한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멤버도 기존 청와대 경제수석, 국정기획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외에 금융감독원장까지 확대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비밀 모임처럼 여겨졌던 서별관회의를 한국판 워 룸(국가전시종합상황실) 형태로 격상시켜 전시사령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의 내용과 결과도 주무부처 브리핑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공식화된 서별관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했는지에 대한 브리핑은 물론 변변한 자료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서별관회의 공식화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등 공식기구화 자체가 유명무실해져버렸다.

서별관회의 멤버에 민간위원까지 포함시키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가 태동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두고 정부는 "명실상부한 워 룸이 탄생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워 룸을 한달만에 또 만드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해 7월 경제 관련 부처 장관급이 참석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의 명칭을 바꾼 위기관리대책회의도 이름에 걸맞는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한국도 금융권의 유동성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실물경제가 급속히 악화됐음에도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한 효과적이고도 선제적인 정부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위기관리대책회의는 초기에는 매주 열렸지만 최근에는 건너 띄는 횟수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특별한 안건이 없으면 회의를 잡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지난해 3월 가동한 차관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도 최중경 전 재정부 차관이 경질된 후부터는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이 회의도 당초에는 매주 개최키로 했지만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해 9월30일이 가장 최근이다.

한승수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로 지난해 7월부터 부활된 국가정책조정회의도 역시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총리를 위한 회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정부 1차관이 주재하는 차관급 회의인 물가 및 민생안정 차관회의도 지난해 10월16일 회의가 마지막이다.

한편에서는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빈곤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중요시되고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정부 차원의 회의는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와 노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던 참여정부의 사회문화관계장관회의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됐다.

모 경제관련 기관 인사는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비상 회의가 신설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일사불란하고 시의적절한 경제위기 대책이 수립되고 집행돼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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