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신년사 공통 키워드는 '생존'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1.02 13:37

"리스크 관리, 내실 경영에 주력", "위기는 곧 기회"

새해 벽두부터 시중은행장들이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지난해 불어 닥친 금융위기가 올해도 계속될 거란 위기감에서다. '발등의 불'이었던 자본금 확충은 큰 고비는 넘겼으나 실물경기 침체가 또다시 발목을 잡을 거라는 우려감도 나온다.

새해 경영전략으론 첫째도, 둘째도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생존이 곧 전략"=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향후 경기침체를 염두에 둔 듯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카드로 꺼내들었다.

그는 "신설된 '기업금융개선부'를 통해 회생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프리 워크아웃(Pre-work out)과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Work out)이나 회생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의 신년사에도 위기감이 배어있다. 신 행장은 "세계 각국 정부가 제로금리 정책과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경기회복의 여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디고 힘겨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 한해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과 이합집산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내다봤다. 한계 기업의 도산으로 은행의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 악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신 행장은 "사전에 구성된 시나리오에 의거해 경영전략을 유연하게 펼쳐 나갈 계획"이라며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비상대책(Contingency plan)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예로 들었다. 타이타닉호보다 앞서가던 메사바호로부터 '빙산경고'를 무시한 게 대형 참사로 이어졌단 설명이다.


그는 "모든 사고에는 대개 전조 현상이 있기 마련인데 타성에 젖은 생각과 행동 탓에 위기 경보를 무심코 흘려버려 큰 대가를 치른 후에 후회하게 된다"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촉수를 곤두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위기는 기회"=금융기관 수장들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먼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탄력적인 인수·합병'(M&A)을 언급했다.

그는 "2009년에는 금융환경이 매우 어려워 금융회사들이 합병 등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담보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 보다 주도적이고 선제적으로 M&A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위기 극복 이후 도약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선 영업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위축된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겠단 의지도 내비쳤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춘추전국시대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를 자행에 빗댔다. 그는 "변방의 진나라가 쟁쟁한 강국을 물리쳤던 것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이 지금처럼 한국경제에서 주목을 받고 역할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면서 "중소기업 전담은행으로서 이들 업체를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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