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란 우려, 임금 낮추더라도 고용 유지해야

대담=최남수 MTN 보도본부장, 정리=임성욱 MTN기자 | 2009.01.01 16:05

[MTN 신년특별대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듣는다]

“우리경제는 상반기 중에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실물 경기 침체로 실업대란이 우려됩니다. 임금을 낮추더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금융위기의 불길이 실물경제로 옮겨 붙으면서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경제에 대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과 처방이다. 박 전 총재는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위기의 고비 때마다 ‘성공의 드라마’를 펼쳐온 우리 경제가 이번 위기를 잘 활용하면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니투데이 방송 MTN은 지난 2002년부터 4년 동안 한국은행의 ‘사령탑’을 맡았던 박승 전 총재를 만나 현재의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짚어보고 한국경제의 활로를 모색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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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MTN 보도본부장(이하 최)=지난해 하반기 경제는 ‘위기’라는 말로 집약될 것 같습니다. 경제 위기의 발생원인,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이하 박 총재)=지금 세계 경제는 큰 틀이 바뀌는 변곡점에 서있습니다. 지난 20년 전부터 세계화와 중국경제의 부상으로 인해 고성장 저물가의 호황이 유지되었습니다. 그것이 끝나고 장기 침체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등 요소가 결합돼 위기가 왔습니다.


▲최=정부는 지난해 말 미국, 일본, 중국에서 비상 시 외화를 빌려오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외환위기, 이제 마무리되었다고 보시는지요?

△박 총재=외환위기가 끝났다고 볼 수 는 없지요. 그러나 위기가 한 고비를 넘었다고 봅니다. 애당초 금융위기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봤는데 통화스와프 이후에는 잘하면 새해 상반기 중에는 금융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환율도 정상 수준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최=실물과 괴리된 과도한 금융발전이 이런 문제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파생상품이 지나치게 번성했다든지...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 IB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궤도 수정이 필요할까요?

△박 총재=궤도 조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이 굉장히 커져버렸습니다. 미국에서도 파생상품과 IB들의 무제한적인 무절제한 이익추구가 파국을 초래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파생상품 문제는 있지만 아직 금융시스템은 아직 그런 부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지도 않은 단계입니다.

▲최=자금을 풀어도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데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 지요.

△박 총재=은행들이 단기 외채를 갚으려다 보니깐 매달 25조 원 정도 드는데 이 돈을 마련하려면 대출회수하고 신규대출 못하는 거예요. 그런데 화폐 발행 총액이 30조원인데 최근에 한은이 찍어낸 돈이 20조입니다. 오히려 부작용이 걱정입니다. 은행들의 자금경색은 풀렸습니다. 하지만 대출을 안 하는 겁니다. BIS비율 때문입니다. 지금 10%가 넘는데 정부가 12%까지 올려라 하니까 위험자산인 대출을 줄여야 하거든요. 이걸 해결하려면 정부가 자본금을 확충해주던지 비율을 10%로 내려주어야 합니다.

▲최=지금 전 세계적으로 제로 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우리나라도 동참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 총재=일본이나 미국은 노화경제여서 3%면 고도 성장입니다. 원숙한 경제가 불황을 직면하면 극한 처방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 늙은 경제가 아니고 위급한 상황이 아닙니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좀 더 내릴 수 는 있는데 그 여유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실물 경제의 위기입니다. 내수와 수출 모두 냉각기류에 휩싸여 있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박 총재=새해에 실업대란이 올 수 있다고 봅니다. 1년에 30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가야 현재 고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정부 때 평균 30만개 만들었는데도 고통이었습니다. 새 정부가 60만개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작년에 10만개가 안됩니다. 올해는 일자리가 줄 가능성이 있어 일자리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입니다.

▲최=정부에서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청년 인턴제나 4대강 정비 사업이 그 옙니다. 어떻게 평가하세요?


△박 총재=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다행스럽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도 찬성합니다. 다만 둑을 쌓는다든지 강바닥을 파는 건설공사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맑은 물 만들기 사업, 즉 오폐수 정화시설을 통해 어떤 강에서도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사업에 치중해야 합니다.

▲최=기업들의 구조조정도 빨라질 것 같은데 사람을 줄이는 것 또는 일자리를 공유하는 것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박 총재=현재 위기 관리적 대응을 할 것이냐 정상시의 성장정책을 할 것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성장정책을 위해서는 효율화를 위해서 사람 잘라야 하죠. 하지만 지금은 위기 관리적으로 가야 해요. 실업대란이 오거든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공무원 인턴제 한다면서 한편에서는 공무원도 잘라라, 공기업도 줄여라 하는데 잘못됐다고 봐요. 노조도 임금을 가령 10% 줄이고 그리고 고용은 지켜달라고 이렇게 기업에 주장해야 합니다.

▲최=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텐데요...

△박 총재=제조업은 성장의 한계가 있습니다. 선진국은 제조업이 피크를 지난 지 20~30년 됐고, 우리도 1989년부터 내리막길입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하나는 첨단 기술 산업, IT 나 생명공학 등 기술인데 고용을 보장하진 못할 겁니다. 고용까지 보장하는 것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 서비스 부분입니다. 환경, 개인 복지산업, 금융 산업, 의료, 레저 사업입니다.

▲최=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조에 빠져 있는 가운데 많은 규제들이 완화되고 있습니다.

△박 총재=어느 정도 규제완화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모든 빗장을 푸는 것에는 우려가 있습니다. 요즘 많이 오른 지역에서는 20~30% 떨어졌습니다. 후손들에게 불행을 안주려면 더 떨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규제 풀더라도 선별해야 합니다.

▲최=수도권 규제 완화의 움직임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간 나온 지방발전 대책 등과 비교해 볼 때, 어떻게 보십니까?

△박 총재=농촌에 갈 때 마다 한탄을 합니다. 30호되는 마을에 학생이 한명도 없고 어린애 울음이 멈춘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죽은 마을입니다. 주택 부족 문제도, 집값 폭등도, 교통난도 수도권 때문입니다.
지방을 살린 다음 수도권 규제를 풀자. 규제를 풀어도 서울사람이 지방으로 가게 만든 다음에 규제를 풀자 이겁니다. 이를 위해 2가지가 필요해요. 지방에서도 일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자식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최=2009년 경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플러스 성장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요?

△박 총재=올해 성장률을 전문가들은 마이너스로 보고 한은은 2% 정부는 목표를 3%로 했습니다. 올해 마이너스로 안 가면 다행이라고 봅니다. 특히 양극화가 확대되고 빈부격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의 성장은 명백히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데요. 기업과 가계, 각 경제주체에게 당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 총재=정부는 우선 민생우선 정책을 펴야 합니다. 경기부양과 사회 안전망을 양 대 축으로 하는 정책을 해줬으면 하고요. 기업과 가계는 위기 극복에 정부와 공동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노조가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한국경제는 위기가 아닐 때가 없었습니다. 1960년대의 외환위기와 인플레 위기, 1970오일쇼크, 1980년 체제전환위기와 대기업 부실위기, 1997년 IMF 외환위기 등등. 하나하나는 어려웠지만 필름으로 엮어서 보면 한국 경제는 성공의 대 드라마였습니다.

이번에도 대단히 어렵지만은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극복하면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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