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크레딧 이슈는 '위기의 건설사'

더벨 김은정 기자 | 2009.01.01 15:50

[2008 크레딧리뷰]10대 이슈..은행 신용 추락 '망신'

이 기사는 12월31일(15: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08년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메가톤급 신용 이슈들이 줄지어 터졌다.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에 전염되면서 그동안 우려로만 남아있던 불안요인의 '뇌관'을 건드렸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곳에는 돈이 흘러가지 않는 신용경색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주택전문 건설사를 필두로 차입을 통한 M&A로 성장한 기업, 통화옵션으로 투기를 일삼은기업은 물론 증권사와 은행까지 유동성 위기에 휘청거렸다.

정원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올해처럼 빠른 시간 내 전 영역에 걸쳐 크레디트 이슈(issue)가 나타난 적이 없었다”며 “당분간 지금의 크레디트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2008년 크레디트 시장을 ‘호질기의’(護疾忌)로 표현했다. 건설사 부실 문제 등 누구나 인지하고 있던 문제를 좀 더 발 빠르게 해결하지 못해 최근의 경제 위기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1] 악재의 연속, ‘태풍의 핵’ 건설사
- 부동산PF 부실 우려와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 사태

'약한 고리'로 지목돼 왔던 부동산PF는 금융위기가 닥치자 여지없이 '뇌관'으로 등장했다. 부동산값 하락으로 건설 경기가 악화되자 전국에 미분양아파트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위험을 직감한 금융권과 투자자들이 자금공급을 중단하자 대부분의 주택건설사들이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특히 그동안 '숨겨진 부채'였던 부동산PF는 건설사 유동성의 목을 죄었다. 시행사 명의로 돼 있던 부동산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서 건설사의 상환능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30여개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6개 건설사가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전락한 추락천사(Fallen angel)가 됐다.

현재 정부는 대주단 운영협약 등을 통해 건설사 유동성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질 부채율 1000%가 넘을 정도로 불어난 차입금과 부실자산인 미분양아파트를 정리하지 않고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요행'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2] LBO, 승자에게 돌아온 부메랑
- 초대형 M&A의 후유증…신용위험에 대한 시장의 우려

대규모 차입을 활용해 인수·합병(M&A)을 해왔던 그룹들의 신용 위험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높아졌다. M&A 후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해당 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2009년말 재무적 투자자(FI)의 풋백옵션을 받아줘야 하는 금호그룹,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 인수 후 추가 자금투입을 공시한 두산그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도 주식시장에서는 크게 디스카운트를 받았다.

[3] 신용 스프레드, 또 하나의 전쟁
- 은행채·회사채 스프레드 확대→신용시장 경색 악순환

해외 금융시장 경색으로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은행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로 은행채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금리차)가 급등했다.

3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스프레드는 12월 들어 3.44%포인트까지 확대됐다. 덩달아 회사채 스프레드도 확대됐다.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AA-등급) 수익률은 9%대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의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회사채의 시중금리는 상승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시중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난 심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일으켰다.

[4] 미국發 금융위기, 실물경제 ‘도미노’식 전파
-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부실, 글로벌IB 파산으로 연결

2007년 3월 처음으로 불거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부실 문제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부실로 전이됐다. 올 한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대폭락을 발생시킨 기폭제였다.

국내외 자금시장에 대한 불신이 증폭돼 각 운용 주체들이 유동성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에서는 은행들이 달러를 구하지 못해 정부가 보증을 서고 국내 각 투자기관들은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게 돼 유동성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5] 난무한 '위기설'…'설'만은 아니었다
- 9월 위기설 결국 현실화, 은행-기업-국가로 확산

늦은 봄부터 9월 위기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51조5000억원(2008년8월 기준)에 달하는 외국인 보유채권 중 8조6000억원의 만기가 9월에 몰려 있다는 게 근거였다. 외국인 자금이 재투자되지 않고 일거에 해외로 유출될 경우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정부가 9월 위기설은 '낭설'이라며 강력히 부인했지만 월말부터 국내 주가·채권가격·원화가치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은행은 원화와 외화 유동성 부족에 빠졌다.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는 코스피500을 전망하며 내년 3월 이전에 국내 경제가 파국에 치달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건설사와 그룹 계열사들의 위기설도 잇따라 언급됐다. 위기설이 나오면 기업의 재무구조와 상관없이 자금 거래가 어려워지는 현상도 발생했다. 은행과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6] 환율 위험 헤지 상품의 역습
- 키코·피봇·스노우볼 등 장외 외환파생상품으로 ‘속앓이’

키코(KIKO), 피봇(PIVOT), 스노우볼(Snowball) 등 수출기업들이 환 위험을 헤지 하기 위해 가입한 상품들이 문제가 됐다. 환율이 예상 밖으로 크게 변동하면서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이 커다란 손실(실현손+평가손)을 입게 됐다.

기업들의 부도 위험도 대폭 증가했다. 태산LCD는 환 손실로 법정관리까지 신청했다. 대표적인 흑자도산 사례다. 하나은행은 태산LCD와 통화옵션 거래 등과 관련 2507억원의 대손충당금적립부담(2008년 9월말 기준)이 발생했다.

파생상품 손실로 기업 부도가 속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했고 기업회계 기준을 개정, 평가손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마련했다.

[7] 은행 유동성 위기와 BIS비율 하락
- 국제 신평사의 신용등급 하향 경고…한·미 통화스왑으로 급한 불 꺼

은행들의 수년간에 걸친 외형확대 경쟁은 결국 화를 불렀다. 예수금 대비 대출을 크게 늘려 놓아 예대율이 130%를 훌쩍 넘어선 후 금융위기가 닥치자 당장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또 파생상품에 대한 지나친 노출과 부실자산 증가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했다. 정부는 은행 BIS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한편으론 바젤II 적용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강력히 유도했다. 또 외화 대출에 대해선 정부가 지급보증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연초부터 국내 은행의 유동성과 자산건전성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며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의 외화대출 지급보증과 은행의 자본확충 노력, 한국은행의 한·미 통화스왑 등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8] 제2금융권 유동성 논란, 한국판 서브프라임?
- 저축은행·캐피탈사 자산건전성 저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자산 성장을 주도했던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훼손됐다. 결국 자산관리공사의 부실PF 매입과 기존 주주들의 신규자본 유입을 유도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피탈사들의 무리한 대출 확대도 부실화 우려를 심화시켰다. 저축은행에 비해서는 부동산PF 비중이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우량한 부동산PF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기관의 특성상 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다 레버리지(부채)가 상승해 캐피탈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대두됐다.

증권사도 유동성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신용경색으로 은행들이 단기자금 공급에 나서지 않자 일부 증권사들이 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됐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해외 IB들이 주식연계증권(ELS) 등에 대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마저 증권사 유동성을 위협했다.

[9] 부동산 버블 붕괴의 후폭풍
- 국내 부동산 시장 거래위축·자산가격 하락

부동산 가격 하락은 금융권과 실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변수로 등장했다. 금융권 여신은 대부분 부동산 담보로 이루어져 있어 자산 건전성 우려로 연결됐다.

아파트값이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도 속출했다. 고가 분양을 받은 가계는 담보가치는 하락하고 금융비용은 올라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조차 역 자산효과에 따른 내년 소비둔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증가는 지역적 광범위성, 절대적 규모의 확대와 증가 속도면에서 심각성을 지적받고 있다. 규제적·경기적 관점에서 장기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점이 문제의 핵심으로 분석됐다.

류승화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올 한해는 선진국이나 우리나마 모두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로 몸살을 앓았다”며 “자산가격 하락은 금융기관의 담보력 저하로 전반적인 부실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10] 제2의 외환위기? 국가 신용등급 논란
- 피치, 한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외환보유고 ‘화폐 전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11월 한국 국가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경기의 급격한 하강과 은행 자산 가치 저하를 막기 위한 디레버리지가 한국의 대외 신용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2008년 100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돼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연초 대비 222억달러 감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0월에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만기5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가 6.99%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종명 한화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돌입해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예상된다”며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완료돼야 신용경색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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