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두렵지 않은 까닭은 가족이 있기 때문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09.01.13 04:19

[머니위크]영화 속 경제이야기/ <멋진 인생>

“만약 내가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만약 그때 그 사람과 결혼했다면….”
“만약 그때 내가 다른 결정을 했다면….”

‘만약에’는 세상사에서 절대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이 생각해 보는 것이 ‘만약에’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만약에’라는 전제를 놓고 다른 시점에서 나타나는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영화들도 많이 나온다.

1946년에 만들어진 <멋진 인생>(원제/ It's A Wonderful Life 감독/ 프랑크 카프라, 출연/제임스 스튜어트, 도나 리드, 라이오넬 베리모어, 토마스 밋첼, 헨리 트래버스)도 역시 ‘만약에’라는 상황이 전개되는 영화다.

<멋진 인생>은 미국 작가 필립 밴 도렌 스턴의 단편소설 <최고의 선물>(The Greatest Gift)을 원작으로 해 만들어진 영화다. 한편으로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저승사자를 통해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보고 개과천선하는 내용이다. 반면 <멋진 인생>은 착하고 선량하게 살아 온 기업가가 자신의 행적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놓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 성격은 정반대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멋진 인생>은 지난 2000년 말 개봉된 <패밀리맨>(원제 : The Family Man 감독/ 브렛 레트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테이어 레오니)의 모티브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자신의 가치를 돌아보게 해 준 '만약에'

1946년 크리스마스 이브, 평생 조그만 마을에서 가족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선량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온 조지 베일리(제임스 스튜어트 분)는 자신이 운영하던 저축대부조합이 삼촌의 실수로 인해 8000달러를 잃어버려 파산지경에 처한다. 조지는 자포자기한 끝에 “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라고 중얼거리며 자살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때 수호천사가 나타나 조지의 소원대로 그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세상은 어떻게 됐을 지를 보여준다.

베일리가 존재하지 않은 그의 고향은 비참하다. 현실세계에서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인 그의 동생은 어릴 적 조지가 구해준 적이 있는데, 그가 존재하지 않아 이미 물에 빠져 죽었다. 그리고 그의 어려움을 묵묵히 지켜주던 아내는 신경질만 남은 노처녀로 남아 있다. 또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대학도 포기하고 부친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지켜낸 자신의 마을은 술집만이 넘쳐나는 유흥도시로 전락해 있다.

이러한 경험으로 자신의 의미를 알게 된 조지는 천사와 하나님에게 다시 살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조지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가족의 따뜻한 품에 안겨 자신의 인생은 정말 멋진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서브프라임사태와 S&L 위기


<멋진 인생>의 주인공 조지 베일리가 운영하는 회사는 바로 저축대부조합(Savings and Loan Association)이다. <멋진 인생>의 저축대부조합은 조지의 멋진 인생만큼이나 멋진 지역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이다. 그리고 미국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서민금융기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저축대부조합은 그리 반겨지는 이름은 아니다. 저축대부조합은 지난 2007년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저축대부조합은 주로 지역주민들의 소액 예금을 모아 주택담보대출 즉, 모기지 대출로 운영한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 말에도 한차례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바로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사태다. 당시 손실규모는 약 1530만달러로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달하는 규모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이 투입됐다. 당시 미국은 1990년대 초까지 이어진 저축대부조합 부실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리신탁공사를 설립하고 약 4000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1989년 미국 GDP의 약 7.3%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후폭풍이 다시 시작되면서 미국 경제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그 여파로 리먼 브러더스 등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문을 닫았고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도 위기에 몰려 결국 모건체이스에 인수ㆍ합병됐다. 미국은 이번 사태로 인해 약 1조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조달러는 지난 2007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6%에 달하는 규모다.

◆실패는 가족과 친구를 버릴 때다

<멋진 인생>의 주인공 조지 베일리는 악덕 부호 헨리 포터(라이오넬 베리모어 분)의 유혹과 견제에서 의지를 꺾지 않고 이겨낸다. 그리고 조지 베일리는 승리자가 된다. 그가 버텨낼 수 있었던 근간 중 하나는 바로 그의 아내 메리 햇치 베일리(도나 리드 분)가 있었기 때문이다.

<멋진 인생>은 현재와 같은 전 세계적 경제불황에서 다시금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영화다. 금융기관들의 위기, 기업의 파산, 그리고 대량 실직 우려까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은 많은 사람들을 곤경으로 몰아 삶을 버겁게 하고 있다. 이같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잡아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가족과 친구다.

조지에게 멋진 인생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수호천사는 조지에게 멋진 말을 선사한다.
‘Remember no man is a failure who has friends.(친구가 있는 한 실패한 인생이 아님을 기억하게.)’

내 인생에 가족과 친구가 있으면 결코 실패의 삶은 없다. 그것을 저버리는 것이 바로 실패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