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낮춰도 서민들 부담은 그대로?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9.01.01 14:02
경기가 어려워지자 정부에서는 세금을 깎아주는 등 국민의 생활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해서는 각종 부가가치세에 대한 면세나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감세효과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더라도 그 이익은 중간 단계에서 실종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분유나 기저귀값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더라도 실제 제품가격은 '찔끔' 내리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부가가치세는 서민들이 직접 납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제품구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돼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아동용품 부가세 인하, 유통상인만 배불릴 수도

새해부터 분유나 기저귀 등 아동용품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한시적으로 면제된다. 2011년말까지 3년간이다. 아동용품 부가가치세 면세를 통해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다.

아이를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분유값이나 기저귀값이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보통 부가가치세는 10%이므로 1000원에 파는 분유는 900원이 돼야 한다. 그러나 정책당국 및 업계에서는 10%까지 인하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분유나 기저귀의 부가가치세는 면제가 된다"며 "그러나 실제 소매점에서 고객들에게 파는 가격은 대략 5~6%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면세사업자의 경우 매입세액이 공제되지 않아 부가세 면제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며 "유통과정에서 세금면제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가세 납부를 면제해 주더라도 소비자까지 오는 유통단계에서 중간유통업자들만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가세가 면제되는 것보다 가격인하폭을 줄여 중간유통업자들의 마진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가세 면세효과는 절반의 성과에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아이를 가진 부모입장에서는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우려는 유류세 인하에서 이미 현실로 드러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유류세 10% 인하를 단행했을 때 서민부담 경감효과는 약 5.7%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양석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휘발유 및 경유는 유류세 인하 후 약 1주일 동안만 가격이 잠시 하락했다가 상승 추세로 반전했다. 정부는 당시 휘발유세 820원의 10%인 82원과 경유세 580원의 10%인 58원을 각각 인하했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유류세 인하로 실제 소비자가에 반영된 금액은 휘발유 48원, 경유 32원에 불과해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율은 휘발유 5.85%, 경유 5.52%에 그쳤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휘발유세 인하분 34원, 경유세 인하분 28원 이상이 유통과정에서 사라졌는데 당시 국제 제품가와 환율의 변동요인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7000억원의 대부분을 석유업계가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분유나 기저귀 등 아동용품의 부가가치세 면세의 경우에도 유류세 인하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서민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퇴색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회사택시 부가세 인하, 택시업주만 배불릴까

회사택시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2008년말까지 납부세액의 50%를 경감해주고 있다.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부가세를 깎아준 것이다. 경감된 세액은 택시기사의 처우개선 및 복지향상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 경감율이 올해부터는 90%까지 확대된다. 2011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택시사업에 따른 매출은 면세가 안되고 부가세가 과세되므로 부가세 100원 중 50원은 국가에 납부하고 50원은 택시기사를 위한 복지비용으로 쓰라는 취지"라며 "경기가 나빠진 만큼 올해부터는 택시기사를 위해 90원까지 사용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원성이 높다. 이런 취지가 전혀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정부의 관리감독도 전혀 없다는 것.

한 택시기사는 "그동안 부가세가 50%나 경감돼 왔지만 택시기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전혀 없었다"며 "부가세를 90%까지나 경감해주는 것은 좋지만 정부에서 관리를 안하는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은 여전히 살기 힘들고 사업자들만 더 좋아지는 것 아니냐"라고 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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