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의 70~80%로 공급되는 시프트가 집값 하락기인 요즘 인근 아파트와 가격이 비슷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 계약자들이 가격을 낮춰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거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꾸겠다며 야심차게 내 놓은 시프트는 청약 단지마다 수 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시프트가 처음 공급된 지난해는 집값이 상승하던 때라 주변 전세가격의 70~80%로 정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1년 새 부동산 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되는 바람에 아파트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성북구 정릉동 라온유아파트에 공급한 시프트(전용면적 84㎡) 가격은 1억4500만원으로, 이 아파트 일반 전세가격인 1억4500만~1억5500만원선과 비슷하다. 주민들은 일반 전세가격의 70~80%인 1억~1억2000만원이 시프트의 적정가격이므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평뉴타운 1지구 84㎡도 일반 전세가격이 1억3000만~1억4000만원 수준이지만, 시프트 가격은 1억2630만원으로 별 차이 없다. 현재 전세가격대로라면 9000만~1억2000만원이 적정한 가격이다. 강일지구와 강남구 신사래미안 등 일부 단지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에 집값이 더 하락할 경우 시프트가 일반 전세 아파트보다 더 비싸질 공산이 크다는 것.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시프트의 인기는 사라질 수도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급 당시 주변 전세가격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최근 가격 하락으로 나타난 이 같은 현상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1년마다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만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주변 전세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설명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일부 단지만 이런 기현상이 나타날 뿐 발산·장지지구 등 대부분 시프트는 주변 전세시세의 70~80% 수준이다"며 "주변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5% 상한선을 두고 있는 만큼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이만한 주택이 없다"고 설명했다.
양용택 서울시 장기전세팀장도 "시프트는 서민들이 20년 동안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든 아파트로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며 "1년마다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갱신 시점에 가격을 낮추면 되는데, 집값이 떨어질 때마다 가격을 즉시 반영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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