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재원 감소..조합결성도 '반토막'

더벨 정호창 기자 | 2008.12.30 12:16

[2008VC 결산]②'큰손' 정부·연기금·기관투자자, 벤처조합 출자비율 18% 감소

이 기사는 12월30일(10:1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가장 큰 고민은 '펀딩'(자금모집)이다. 올 들어 코스닥 시장이 침체되고 투자금 회수(Exit)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이 조합 신규출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투자금 회수 난항 → 펀딩 실패 → 투자위축 → 펀딩 실패'의 악순환이 벌써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11월말까지 결성한 투자조합수는 33개, 금액규모는 5564억원(납입 기준)이다. 지난해 66개 조합이 1조736억원 규모로 결성한 것과 비교하면 조합수와 금액 모두 절반 수준이다.

'벤처버블'의 후유증으로 업계 전체가 애를 먹었던 2003~2005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조합결성 실적'만 갖고 본다면 국내 벤처캐피탈 역사의 '암흑기'가 3~4년만에 다시 돌아온 셈이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조합 결성을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기금의 출자사업자로 선정되고도 나머지 출자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조합 결성에 실패하는 일도 생겼다.

정부기금을 받아 벤처캐피탈 업체들에게 나눠주는 한국벤처투자는 2008년 모태펀드 1차 출자사업 운용사 13개사를 지난 5월말 선정했다.

하지만, 조합결성 마감시한인 8월말까지 투자자를 제대로 모은 벤처캐피탈은 단 1곳에 불과했다. 결국 한국벤처투자는 금융경색을 감안해 조합결성시한을 11월말로 3개월 연장해줬다.


그러나 11월말에도 조합결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벤처캐피탈들이 상당수 발생했고, 한국벤처투자는 이례적으로 마감시한을 한 달 더 연장해줬다. 그럼에도 불구 결국 3개사는 조합결성에 실패해 모태펀드 출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벤처캐피탈의 펀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방증이다.

민간투자자들의 투자기피도 문제지만, 특히 올 들어 정부·연기금·기관투자자의 출자비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들은 그동안 벤처캐피탈 업계의 든든한 후원군 노릇을 해왔기에 이들의 투자 축소는 업계의 '위기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정부·연기금·기관투자자는 벤처캐피탈이 결성한 투자조합에 있어 매년 60%가 넘는 출자비율을 차지하는 '큰손'이었다. 하지만 11월말까지 이들이 차지한 출자비율은 43.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가 줄었다.

연기금 중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단 한건도 출자를 하지 않았다. 기관투자자 역시 벤처조합 투자를 '위험자산'으로 분류해 투자규모를 대폭 줄였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조합의 평균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로 15% 이상"이라며 "이는 채권투자 수익률보다 높고, 직접 주식 투자보다 안정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벤처조합 투자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올해처럼 투자자와 투자재원이 계속 줄어든다면 벤처캐피탈 업계 고사와 벤처산업의 몰락, 코스닥 시장 퇴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연기금·기관투자자들이 우선적으로 벤처조합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