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OB맥주 인수시 공정위 시정조치?

더벨 현상경 기자 | 2008.12.30 09:34

[롯데의 선택]③'하이트-진로' 와 유사..공정위 '혼합결합 경쟁제한' 판단 주목

이 기사는 12월29일(10: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롯데가 두산 주류사업을 인수함에 따라 OB맥주 추가인수 여부와 시장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는 롯데가 소주에 이어 OB맥주까지 사들이게 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사전심사 과정에서 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SK-하나로텔레콤 때와 마찬가지로 '혼합결합'을 통한 경쟁제한성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평가하는 기업결합 심사가운데 혼합결합은 동종업종이 아닌 이종업종간 M&A를 의미한다. 즉 '소주회사의 소주회사 인수'처럼 시장지배를 위해 단일업종간 이뤄지는 수평 혹은 수직결합이 아닌, 대기업 등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새로운 업종의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시장독과점 판단기구에서도 혼합결합에 대해서는 경쟁사업자의 어려움을 감안해 강도 높은 심사를 내려왔다.

2005년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했을 당시 이들 컨소시엄에 5년간의 강력한 시정조치가 부과됐던 것 역시 혼합결합에 대한 판단이었다.

당시 주류업계는 시장점유율 증가를 염두에 두고 "소주와 맥주가 동일한 시장이냐, 아니냐에 따라 M&A자체가 무산되거나 쉽게 허용될 것이다"는 정도로 평가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런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내놓았다.

우선 소주와 맥주간 긴밀한 대체 관계가 없는 만큼 별개시장이라 인정해 소주시장에서 경쟁제한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공정위는 소주-맥주간 혼합결합에서 "유통망의 지배로 시장지배력이 강화돼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5년간 양사의 영업인력과 조직을 분리하는 한편, 매년 출고내역을 보고하고 출고원가를 일정비율 이상 높일 경우 공정위의 사전협의를 거치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하이트-진로는 2010년까지 제대로 된 M&A 시너지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었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역시 '혼합결합'의 경쟁제한이 문제가 됐다.

당시 공정위는 유선통신(초고속인터넷)과 무선상품(휴대폰서비스) 결합으로 이들의 사업능력이 막대해지면서 경쟁사업자가 배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에도 5년간 양사의 결합상품을 제공할 때 준수해야 할 각종 '금지사항'이 마련됐다. 아울러 여타 사업자가 800MHz 주파수 공동사용(로밍)을 요청할 때 거절할 수 없다는 판단도 내렸다.

롯데가 OB맥주를 인수할 경우 혼합결합에서의 경쟁제한성은 하이트-진로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롯데가 자랑하는 막강한 소매유통망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는 혼합결합을 판단할 때 단순 시장점유율보다는 '경쟁자의 사업이 제한되거나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지느냐'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M&A과정에서 누가 인수하는지, 이로 인해 시장집중도가 높아지는지, 유통망 변화정도가 어느 수준이며 경쟁사업자가 시장에서 얼마나 배제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롯데가 OB맥주를 인수할 경우 소주-맥주(수입맥주 포함)-와인-전통주-위스키에 이르는 종합 주류사업체계 구도가 완성된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포함한 막강한 소매시장 유통망이 합쳐질 경우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소주업체는 물론, 주류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日 노벨상 산실' 수석과학자…'다 버리고' 한국행 택한 까닭은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