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1250원대 '교두보' 확보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2.29 17:24

장막판 급락 개입 분석… 미네르바 '달러매수 금지' 주장엔 반박

연말 종가 원/달러 환율이 1250원선으로 내려갈 것인가.

정부가 29일 환율을 크게 떨어뜨린데 이어 올해 마지막 개장일인 30일에는 환율을 1250원대로 한단계 더 낮추기 위한 '결정타'를 날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거래일(26일)에 비해 36원 떨어진 126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1288원선에서 거래되던 환율은 장막판인 오후 2시50분부터 저가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파르게 밀리기 시작했다. 연말 기준환율이 되는 30일 시장평균환율(MAR)을 원하는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정부가 전날 종가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게 시장의 시각이다.

정부가 원하는 환율 수준은 1250원선으로 분석된다. 한 외환당국자는 최근 "1250원 이상의 환율은 선물환 매도분과 해외차입분 때문에 수출업체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환율이 높을수록 은행들의 외화대출 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불어나면서 BIS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게 된다.

환율이 100원 오를 때마다 국내 은행의 평균 BIS 자기자본비율은 0.3%포인트씩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9월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평균 BIS 자기자본비율은 10.9%였다.


정부는 내년 1월 중 한국은행과 산업은행 등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 은행이 원할 경우 증자 등으로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만약 환율 상승으로 BIS 자기자본비율이 추가로 떨어진다면 투입해야 할 자금의 규모도 불어난다. 이 경우 자본확충펀드에 출자하는 산은과 산은에 출자하는 정부의 부담도 늘어난다.

최근 서울외환시장의 일일 거래규모가 20억~3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환율을 추가로 10원 정도 낮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정부는 최근 주요 금융기관과 공기업에 연말 달러화 매도를 자제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지난 26일 국내 주요 시중은행 외환업무 책임자들을 소집해 연말 달러화 매수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이날 "정부가 주요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해 달러화 매수를 금지시켰다"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주장을 인용한 일부 매체 보도와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연말 환율을 억지로 묶어둘 경우 내년초 환율이 튀어오르면서 외환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초 미국의 실물경제 침체 가속화로 기업여신, 상업부동산 대출에서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시 한 번 미국으로의 급격한 달러화 환류와 환율 급등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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