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구조조정이 경제를 살린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12.30 10:05

[그린강국코리아]<2008정리-1> 현 경기침체에서 녹색경제가 갖는 함의는?

ⓒ환경부 제공


"재생에너지 확충, 에너지 효율 향상 등 6개 녹색 인프라 개선 사업에 공적자금 1000억달러를 투자하면 2년 안에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 수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미국의 진보진영 싱크탱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국진보센터(CAP, Center for American Progress)가 지난 9월에 내놓은 '녹색 경기회복(Green Rocovery)-일자리 창출 및 저탄소 경제 구축방안' 보고서 내용이다.

CAP는 △노후건물 재건축을 통한 에너지 효율 제고 △대중교통 및 철도수송체계 확충 △배전망 개선을 통한 전력 손실 최소화 △풍력에너지 확충 △태양열·태양광 등 태양에너지 이용률 제고 △차세대 바이오연료 등 6대 분야를 유망 녹색 인프라로 제시했다.

CAP는 녹색 인프라 개선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미국 내 제조업·서비스업이 부흥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에너지 효율을 높여 얻은 잉여자금을 유효 수요로 전환하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 제고'의 필요성이 오늘날처럼 부각된 것은 1970~1980년대 제 1, 2차 석유파동 이후 30년만의 일이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제 1,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며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가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실감하고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등 과감한 전환을 시도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가 한국의 에너지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CAP가 지적한 것처럼 녹색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국내 내수경기를 활성화해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석유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이다.

◇"에너지효율 10%만 높여도 100억달러 절약"= 미국은 1970~198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는 동안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자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석유파동 여파가 지나 국제 유가가 떨어지자마자 그린에너지 투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쳤다. 제2차 석유파동 무렵인 1980년에는 경제개발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정도로 충격을 컸다.

그러나 석유파동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도 변한 것은 없었다. 한국의 석유 소비 증가율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난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100만톤, 1990년 배출량(2억9700만톤)에 비해 98.7%가 늘었다. 높은 석유의존도 탓에 경제 성장에 비례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덩달아 늘었다.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는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2007년 1~9월간 419억달러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석유수입 대금은 올해 같은 기간 704억불로 285억원 증가했고, 같은 기간 가스수입 대금은 107억달러에서 179억달러로, 석탄수입 대금은 46억달러에서 88억달러로 늘었다"고 말했다.

화석에너지 수입대금만 1년 사이 399억달러가 증가했다. 정 대사는 "한국이 에너지 효율을 10%만 높여도 올해 1200억~13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에너지 수입 대금을 100억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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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석유파동의 아픔을 잊지 않고 에너지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았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력·원자력·청정에너지 등으로 에너지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전략정책팀장은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배럴당 30~50달러로 저렴할 때야말로 녹색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며 유가 변동에 덜 민감해지도록 에너지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인프라가 경기침체 충격 흡수할것"=유럽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침체를 그린산업으로 극복했다. 중앙대 김 교수는 "조선업 강국이었던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1980년대 이후 한국 등 신흥 조선강국에 밀려 수주량이 급감하자 이를 극복하고자 그린산업 개척에 열중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 독일은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 용량을 자랑하고 있고 덴마크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20%를 풍력에너지에서 얻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조선업 등 구산업 침체로 고용시장이 위축되자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그린 잡(Green Job, 녹색 일자리)'이라는 새 일자리를 창출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에너지 의존도와 주력 산업으로 미래에도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한다"며 "당장 내년만 해도 기업 구조조정과 워크아웃이 늘면서 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위기도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하며 그린산업, 그린 잡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예모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투자 외에 도시 에너지 효율 제고나 친환경 교통시스템 확충 등 녹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한국의 경제 부흥을 꾀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기부양 효과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는 지표가 '일자리 창출'인데 국내 노후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재건축 사업에 나선다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안보 제고 등의 효과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가능경영원 최 팀장은 "반도체 산업이 태양광산업 유관업종으로 전환하거나 화학업종이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등 한국의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녹색화 방안까지 고려하면 녹색 인프라 확충의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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