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노믹스, 1조 쏟아 고용·소비 잡는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1.01 07:47

[신년기획1-1]오바마내이션, 미국號 어디로 이끌까?

"나의 핵심 경제 이론은 실용주의(pragmatism)"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전 당시 이른바 '오바마노믹스(Obamanomics)'의 실체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했다.
"(이념을 떠나) 실제로 작동하는(work) 정책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20일 취임하는 오바마 당선인이 경제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집어들 무기는 '돈 폭탄'이다. 고교시절 정확한 농구슈팅으로 얻은 '오바머(O'bomber:폭격기)'라는 별명이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 부양예산 최대 1조달러, 고용창출 300만개로 상향

대통령 선거 유세과정에서 500억달러로 시작한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기침체와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이다.

의회와의 협의과정에서 85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심지어 1조달러 규모는 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경기 부양책 규모에 대해 "얼마정도가 필요한지를 계산한 다음 거기에 50%를 더 얹어라"고 조언했다. 너무 많이 쏟아붓는 위험보다는 너무 적게 시작해서 초기에 효과를 보지 못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1조달러'라는 수치가 가져올 심리적 저항감과 정치적 논란을 감안, 1조달러를 넘기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1950년대 미국이 연방 고속도로망을 완성한 이래 최대의 돈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장에 쏟아부어지는 것이다.

오바마 정권 인수팀은 당초 2년간 250만개였던 일자리 창출 목표치를 이미 300만개로 늘려 잡았다. 목표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갈수록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실업률이 내년 9%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미 2008년 한해에만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보면, 300만개의 일자리는 신규창출이 아니라 없어진 걸 다시 되돌려놓는 수준이다.

실제로 미 경제에 쏟아지는 신규 공급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180만개의 일자리가 매년 필요하다. 결국 2008년에만 38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셈이고 보면, 2009, 2010년까지 대략 1000만개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정상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의미이다.



◇ 직접적 소비 부양 규모 확대 전망

'오바마노믹스'의 핵심이 될 경기부양 정책의 성패 관건은 예산의 규모보다 '포트폴리오(지출내역)'이다. 구체적인 분배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회간접자본 지출, 사회보장, 저소득 및 중산층 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1500억달러 정도가 다리 공항 학교 등 고용효과가 큰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00억달러는 의료및 사회보장 체계 보완에 사용될 것이라는게 미 현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기부양책은 기존의'뉴 딜'개념에 한정되지 않고 오바마노믹스의 키워드인 '코드 그린(Code Green)'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박양수 박사는 "오바마 정부는 현재의 경제혼란이 미국경제를 개조할 기회가 된다고 본다"며 "경기부양예산의 일부를 친환경 에너지 개발 및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해 투입함으로써 '그린 잡(green job)'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에너지 및 하이브리드카 개발, 대중교통 개선, 전력공급망 개선, 난방효율 개선 등 '그린'관련사업에 1차로 최소 1000억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미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치는 '최소한의 수준'이며 부양예산의 확대에 따라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무작정 확대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프라 건설에 투입될 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세금 환급이나 실업금여 확대를 통해 직접 소비를 부양하는 방안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내에서는 500억∼1000억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 조치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시적으로 소득세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6개월간 소득세를 면제할 경우 4250억달러의 감세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감세정책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정부때 도입된 부유층 감세정책은 2011년 이후 폐지하는 등 재정적자폭 축소를 위해 부유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 따로 노는 깃발과 기수...효율성· 투명성 확보 주목

오바마정부가 과거 워싱턴의 구태를 벗고 새로운 '오바마노믹스'의 윤곽을 갖춰갈지는 부양예산의 집행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부양책들이 늘 그랬듯이 대규모 공공자금이, 지역 의원들의 공약사업이나 정치적 선심행사에 쓰여져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이 지난 연말 부양책에 관한 기자회견을 자청, "부양 예산에 '꼬리표 (ear mark:특정 사업에 할당된 자금)'는 없다"고 단언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역할 확대가 '비대한 정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때문에 오바마 당선인은 연방 정부 자체의 씀씀이에는 철저히 메스를 가하겠다는 원칙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례없는 정부개입은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부시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경제를 주도해온 '신자유주의'경제관과 '작은 정부' 이념의 종언을 의미한다.

오바마노믹스는 이념상으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히를 비롯한 진보적 경제 이론가들의 깃발을 들고 출범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경제팀의 핵심 요직은 클린턴 정부때부터 '신자유주의' 이념의 기수역할을 해온 '로버트 루빈 사단'으로 채워져 있다.

이때문에 색깔이 다른 깃발과 기수를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놓은 오바마 정부의 '드림팀'이 자칫 동상이몽속에 일관성을 잃고 방향성을 상실할 위험도 크다.
이 경우 2009년 미국 경제는 사상 최악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세계 경제 역시 함께 비틀거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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