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연내 법안처리를 재천명한 가운데 국회법상 안건 처리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사회를 보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여야간 파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다음주 초 격돌…전운 고조 = 정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보면 'D-데이'는 다음주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처리할 법안을 재점검한 뒤 주말을 넘긴 오는 29일 상임위원회 상정 등으로 포문을 열 전망이다.
당내에선 민주당의 기습으로 이젠 정면돌파밖엔 길이 없다는 강경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몸싸움을 할 순간이 온다면 피하지 않는다"며 본회의장 탈환을 위해 물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1시간30분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된 긴급 중진회의와 의총에서도 참석자들 모두 현 상황에서 정면대응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는 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 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홍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의외로 (쟁점 법안 처리) 시기가 당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최종 점검할 법안이 남아있는 데다 당내 결속이 확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29일부터 불과 3일 동안 100여 개의 법안을 연내 처리할 수 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지난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폭력 사태 등으로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탈환을 위해 경위권을 발동할지도 미지수다.
◇ 민주당 "악법 저지 올인"= 민주당은 이날 아침 본회의장 기습 점거농성에 들어간 뒤 정세균 대표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오후 면담을 가지며 'MB악법' 저지를 위해 공동투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를 천명한 쟁점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연말까지 본회의장과 문방위, 행안위, 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에 대한 점거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오후 한때 정 대표가 조만간 국면 타개용 중대제안을 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막판 타협 가능성이 비치기도 했으나 2시간 만에 "하루 이틀 좀 더 지켜보겠다"며 연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이날 아침 8시45분 본회의장으로 진입을 시도, 8시50분 점거를 완료하고 회의장 안쪽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농성에 들어갔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점거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을 억압하고 현재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MB악법의 무더기 상정을 온몸으로 저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최후의 수단을 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 선진당 "국회가 서바이벌 게임장인가"…민노당 "적극 동조"=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의 반응은 갈렸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국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법안을 기습상정하거나 고지를 점거하는 서바이벌 게임장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빨리 점거농성을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김형오 국회의장도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촉구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MB 악법을 막아내기 위한 정의로운 싸움"이라며 "적극 동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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